미국 대통령선거 유력후보 고어 부통령 정치적 시련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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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오는 2000년 미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시되는 앨 고어 부통령이 커다란 정치적 시련을 겪게될 전망이다.

공화당 주도의 미 상원 정부문제위원회가 4일 그동안 중단돼왔던 민주당 대선자금 의혹에 관한 청문회를 재개하면서 '고어 부통령의 역할' 을 철저히 파헤치기로 공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워싱턴 정가에서는 공화당측의 본격적인 '고어 흠집내기' 가 시작됐다는 지적이 높다.

이에 백악관측도 이날 '고어 보호' 를 강조하며 맞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사실상 차기대통령 선거를 위한 전초전이 벌어지는 것이라는 분석들이다.

고어 부통령의 불법헌금과정 개입 의혹은 민주당의 아시아계 자금모금책이었던 존 황의 주도로 지난해 4월29일 캘리포니아주의 '시 라이' 불교사원에서 열린 모금행사에 고어가 참석한데서 비롯됐다.

연방선거법상 면세혜택을 받는 종교단체가 정치헌금에 관여하는 것은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다.

공화당은 이에 따라 지난해 불교사원 집회에 참석했던 승려 2명에게 증언에 따른 면책특권을 부여하면서 고어 부통령의 불법헌금 개입을 입증해낸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 포스트지는 지난 3일 고어 부통령이 지난해 백악관에서 전화를 걸어 모금한 69만5천달러중 최소 12만달러가 기부자의 의사에 반해 다른 용도의 헌금으로 전용됐다고 폭로, 고어 진영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미 연방선거법상 정치헌금에는 정당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소프트머니와 후보자 개인의 선거운동 자금으로 쓰일 수 있는 하드머니등 2가지가 있다.

이중 소프트머니는 기부액수에 제한이 없으나 하드머니는 기업이나 노조의 기부가 금지돼 있는등 모금 대상이나 액수에 있어 엄격한 제한이 가해지고 있다.

고어측에 대해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의혹은 바로 민주당을 위한 소프트머니 형태의 헌금 일부가 실제로는 클린턴과 고어의 선거운동에 직접 지출이 가능한 하드머니 계좌에 넣어져 이를 사용했다는 것. 이같은 의혹이 증폭되자 그동안 고어 부통령 개입설에 대한 공화당측의 특별검사 임명요구를 거부해왔던 법무부측도 3일 "고어 부통령에게 특별검사의 조사가 필요한가에 대한 사전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고 밝히는등 고어측을 궁지에 몰고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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