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러시아경제,중국 보다 낙관적…WSJ 칼럼니스트 조지 멜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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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중국은 장쩌민 (江澤民) 주석의 지도하에 경제개혁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은 9.6%로 예상된다.

이는 90년대 평균치만은 못하지만 세계적인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제 러시아를 보자.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정적들로 가득찬 의회와 맞서야 할 처지다.

국영기업의 민영화는 은행가들의 이전투구 (泥田鬪狗) 장으로 변질됐고 지역간 소득격차는 현격하게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경제는 올해 6년간의 퇴보에서 벗어나 바닥을 칠 것으로 기대되지만 가장 낙관적인 정부 전망조차 내년도 성장률이 2%를 넘지 않는다.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봐도 어느 나라가 유망한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중국에는 90년대 내내 외국인 투자가 집중된 반면 러시아에는 간간이 흘러들어오던 외국자금이 최근에서야 조금 늘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2000년대까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역설적으로 러시아의 무질서가 중국의 잘 짜여진 질서보다도 장래에 더 확고한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시장경제로의 이행이라는 똑같은 과정을 밟고 있다.

중국에서는 덩샤오핑 (鄧小平) 이 자본주의적 발전의 길을 열어줌으로써 당의 정치적인 통제력이 유지될 수 있었다.

러시아에서 공산주의는 완전히 몰락했다.

러시아의 체제이행은 중국보다 10년 늦게 시작됐고 고통스런 과정을 겪고 있지만 중국보다도 자유시장 경제체제로의 진전이 빠르다.

혼란의 와중에도 현대적인 은행체제가 싹트기 시작했고 경제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민영화된 기업에서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지도자들은 적자에 허덕이는 비효율적인 국유기업의 처리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국유기업을 대규모 실업이나 사회적인 혼란없이 합리화.민영화시키느냐를 두고 고민이다.

11만8천개의 부실국유기업을 정리할 경우 1천5백만명의 실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실업이 중대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에 큰 부담이다.

중국 공산당은 과거의 중앙집권적 경제운영방식을 포기했으나 여전히 당이 경제체제의 전환을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점에서 러시아 공산당의 몰락은 어쩌면 행운인지도 모른다.

러시아는 경제가 분권화되면서 지역간 경쟁구조와 기업가정신이 형성됐다.

노동자들은 규제를 벗어나면서까지 먹고 살 길을 찾아나섰다.

외국투자자들은 당분간 러시아보다 중국을 더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보면 러시아의 발전은 대부분 내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러시아가 이같은 장점을 살릴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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