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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경쟁력이다] 지례예술촌장 김원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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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처음엔 온갖 오해를 받았지만 오래된 종갓집이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대접받게 됐다는 데서 보람을 느낍니다." 지례예술촌 주인 김원길(62)씨는 처음 예술촌을 열기까지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종가에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금기시하던 양반 고을의 풍습 때문에 주민들의 시선이 매우 싸늘했다고 한다. 또 교수직을 그만두고 예술촌을 만들겠다며 뛰어다니는걸 보고 '사람이 이상해졌다'고 쑤군대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시인이기도 한 김씨는 그러나 주변 시선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고 했다. "주변 분위기가 사색하고 글을 쓰기에는 그만이지요." 그래서 문인들을 위한 창작촌을 만들기로 마음을 굳혔다는 것이다.

당시 김씨에게서 이 같은 계획을 들은 재미 소설가 김용익씨도 "좋은 생각"이라며 적극 권유했다. "김용익씨를 통해 미국에도 예술촌이 있는지 알아봤어요. 양을 먹이던 축사를 개조해 만든 버지니아아트센터, 제2차 세계대전 때 어뢰공장에 들어선 알렉산드리아 아트센터 등 15개가 있더군요."

예술촌을 연 데는 10여채의 큰 한옥(방 17개)을 부부가 관리하는 데 따른 부담도 작용했다. "넓은 집을 비워둘 경우 잡초가 나고 더러워져 금세 폐허가 되지만 사용하면 수명이 더욱 길어진다는 사실이 떠올랐지요." 김씨는 종택을 쓸고 닦는 것만이 관리의 전부는 아니라고 했다. "이 집을 이해하고 소중하게 활용할 줄 아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김씨는 요즘 '종갓집 스테이'를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그러기 위해 문화재 관련 일부 규정을 개정해 주길 바라고 있다. 고택 대부분이 문화재인 까닭에 식당 건물을 지을 수 없어 수십명의 관광객이 마당에서 식사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다고 한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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