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9·11 테러 때 한국·일본도 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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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는 9.11 테러를 준비하면서 비행기 10대를 공중납치해 미국 내 주요시설을 파괴할 계획을 세웠으며, 이와 동시에 한국 등 해외에 있는 미국 시설을 공격하는 방안도 마련했다고 미 의회 9.11테러조사위원회가 16일 보고서에서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9.11 테러를 지휘한 알카에다 핵심 요원 할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는 미국 본토에 테러를 하는 것과 동시에 동남아에서 태평양을 횡단하는 미국행 민항기를 납치해 ▶공중에서 폭파하거나▶한국이나 일본.싱가포르에 있는 미국 목표물에 충돌시키는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모하메드는 미국 비자 발급을 거부당한 조직원들을 테러에 활용하기 위해 이 같은 계획을 추진했으나 '의욕이 지나치게 앞선 (비현실적)방안'이란 지적을 받고 폐기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 목표물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보고서는 또 모하메드가 비행기 10대를 동시에 공중납치한 뒤 이 중 9대를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청사▶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에서 가장 높은 건물들▶위치 미상의 핵발전소들에 충돌시킨다는 시나리오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모하메드는 10번째 비행기를 직접 조종하면서 남자 승객들을 모두 살해한 뒤 무선통신으로 언론과 접촉한 다음 미국 내 공항에 착륙해 미국의 중동정책을 비난하는 연설을 하고 여성과 어린이 승객을 풀어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알카에다 지도부는'너무 복잡한 계획'이라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은 9.11 테러를 최종 승인하면서 '10번째 비행기를 연설에 쓴다'는 부분을 손수 삭제해 이 계획은 무산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쿠웨이트 출신인 모하메드는 1996년 중반 아프가니스탄에서 빈 라덴을 만나 미국에 대한 테러 아이디어를 처음 낸 뒤 빈 라덴의 승인에 따라 9.11 테러를 총지휘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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