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일대 가든·카페등 임대물건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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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대치동의 朴모 (53) 씨는 요즘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경기도양평군문호리에 사놓은 준농림지 2백50평에다 임대를 놓을 요량으로 최근 40평짜리 카페를 지었으나 도대체 영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땅값 3억원에 건축비 2억2천만원등 이에 들어간 원가 5억2천만원이 한가하게 놀고 있다.

朴씨는 이에따라 당초 제시한 보증금 7천만원, 월1백만원의 임대조건을 조금 낮추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요즘 수도권 주요 지역에는 이처럼 새로 지어놓고 임대중인 가든.카페.주택등 전원투자상품이 즐비하다.

최근 몇년동안 준농림지 개발로 각종 상업시설과 주택건립이 잇따르면서 공급물량이 포화상태에 이른 반면 전반적으로 경기가 죽어 찾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적지않은 돈을 들여 개발한 투자자들이 건물을 완공해 놓고도 오랫동안 임차인들을 구하지 못해 투자비 회수에 애를 먹고 있다.

경기도파주군광탄면 일대 주요 도로변에도 임대로 내놓은 가든이 많다.

보광사 인근 지방도로 옆에 지은 한 통나무가든 (1, 2층 80평) 은 보증금 1억원에 월 1백만원의 임대료 조건으로 영업 희망자를 찾고 있으나 몇달동안 문의조차 없는 실정이다.

건축주가 땅값과 건축비등 14억여원을 들여 전통음식용 식당을 지었으나 투자심리가 급랭하면서 임자가 나서지 않는 것이다.

인근 오리요리 전문식당도 장사가 안돼 영업을 중단한채 새 주인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이 일대 식당임대 물건은 대부분 임대료가 평당 1백만원 (전세기준) 선. 일대 중개업소들에서는 "행락인파가 많아 장사가 괜찮은 곳이나 불경기 영향으로 영업 희망자가 별로 없다" 고 전하고 있다.

전원투자가 유난히 많은 경기도 양평군 일대도 가든.카페.빌라등을 완공시킨뒤 입주.입점할 수요자를 찾는 임대물건들이 널려 있다.

서종면문호리에 들어선 J빌라 (66평형 16가구) 는 완공뒤 분양이 안되자 아예 전세로 내놓았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몇달동안 텅 비어 있다.

분양가만 가구당 2억7천만~2억8천만원선이어서 현지수요자 흡수는 아예 포기했고 서울사람을 대상으로 분양했으나 투자성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이에따라 건축주는 40억여원의 자금이 고스란히 묶여있어 전원투자에 실패했다.

양평군 북한강변에 들어선 H전원빌라 (38평형 6가구) 도 가구당 1억3천만~1억4천만원에 분양했으나 임자가 없어 최근 전세 6천5백만원의 임대로 바꿔 내놓았다.

이밖에도 광주군실촌면과 남양주시 팔당댐 인근등 행락인파가 많은 도로변에는 완공해놓고도 임자를 찾지 못하는 가든.카페등의 투자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양평 무너미부동산의 이정만씨는 "무턱대고 준농림지를 사서 집이나 근린생활시설을 지어봤자 웬만큼 목좋은 곳이 아니면 요즘 같은 불경기에 임차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라며 "이 때문에 최근들어 준농림지를 사려는 수요자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 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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