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야기] 니트의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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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인간다운 소박함이 묻어나는 니트의류는 남자에 대한 여자의 정성스런 사랑에서 태어났다.

14세기 북유럽 항구지역의 여인들이 고기를 잡는 그물에서 힌트를 얻어 니트를 짜기 시작한 것. 여인들은 각 지방마다 특색있는 짜임법을 사용해 특유의 문양을 만들어냈다.

이 문양은 심한 풍랑으로 변을 당한 어부의 시신이 떠내려왔을 때 어부의 신원을 판별하는 지표가 되기도했다.

니트의류중 대표적인 아이템인 스웨터 (sweater) 란 땀 (sweat) 을 배어나게 하는 옷이라는 뜻. 스웨터는 목부분의 디자인에 따라 터틀네크.브이네크.크루네크.카디건등으로 구분되는데 카디건은 크림전쟁에서 영국군인 카디건경이 전쟁터에서 받쳐입은 스웨터라해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

고전적인 니트가 현대적인 모습을 갖게 된 것은 1930년대. 디자이너 엘자 스키아파넬리가 전통문양을 탈피, 과감하게 해골 무늬를 짜 넣어 패션과 예술의 만남을 시도했다.

60년대엔 색채의 마술사 미쏘니가 추상적.기하학적인 문양의 니트를, 니트의 여왕이라는 소니아 리키엘은 우아한 니트정장을 탄생시켰다.

70년대 기성복 산업의 성공과 패션의 캐쥬얼화 바람으로 바빠진 유명 디자이너들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라이선스 시장을 개척하는데, 이때 니트의류는 그 촉매제 역할을 한다.

니트의류가 패션산업 국제화의 첨병 역할을 한 셈. 80년대에 들어서는 니트에도 유행 개념이 도입돼 원피스.스카프.코트.타이등으로 아이템이 다양해진다.

90년대엔 중년이 된 베이비붐 세대들의 여가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주말을 위한 니트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 더운 여름엔 아세테이트사.아크릴필라멘트사등으로 짠 이른바 시원한 니트가, 겨울엔 램스울.메리노울.비규나등을 소재로 한 따스한 니트가 사랑받고있다.

윤혜숙 (패션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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