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학] 벌침요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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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벌의 침을 뽑아 피부 (침자리)에 찌르는 벌침요법을 주장하는 민간요법가들은 '대자연의 원리' 를 대명제로 삼는다.

인간의 몸도 자연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가공되거나 정제되지 않는 벌독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계의 순환원리' 를 거스르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 국내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벌침요법은 아시혈 (阿是穴 : 눌러서 아픈 자리를 뜻함)치료법이다.

즉 삐거나 멍들고, 곪거나 쑤시는 통증이 있는 부위에 벌침을 놓는다.

단 목이나 얼굴부위는 가능한 피한다.

약한 과민반응이라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누구나 벌에 쏘이면 붓거나 가렵고 욱씬거리는 것은 정상반응이다.

단지 체질과 신체적 상태에 따라 그 정도에 차이가 있다.

벌에 쏘여 죽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독성이 아주 강한 야생벌에 얼굴이나 목부위를 쏘인다거나 또는 많은 양의 벌독이 한꺼번에 투입됐을 때, 또 극심한 과로나 급체한 상태에서 벌에 쏘였을 때 뿐이라고 민간요법가들은 주장한다.

따라서 민간요법가들은 맨처음 한두군데 가볍게 찌른 다음 5~10분동안 과민반응 여부를 보고 본격시술에 들어간다.

현기증이나 구토.호흡곤란등 과민반응증상을 보이면 곧바로 항히스타민제를 먹이고,가려움등 정상적인 반응이라도 정도가 심하면 화분립 (꽃가루) 이나 봉교 (프로폴리스) 를 바르거나 먹여 증상을 완화시킨다고 한다.

또 벌침치료시 로얄젤리를 함께 복용하면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내장기관에 발생하는 병변치료를 위한 치료법. 기존의 침술은 보법 (補法) 과 사법 (瀉法) 을 모두 쓰는데 반해 침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민간요법자들은 사법만을 쓰고 있다.

침술에서 정 반대의 개념인 보.사법은 어떤 침자리를 치료점으로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것으로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민간요법자들은 가려움등 반응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들어 벌침 자체가 사법이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무슨 병에는 무슨 혈' 식으로 기존 침술에서 공식화된 침자리를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아직은 모든 환자에게 보편적인 치료효과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벌침요법에 더많은 전문가들의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김인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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