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연설 분석해보니 … ‘위기 심각성’보다 ‘회복 자신감’ 역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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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첫 국정 연설은 ‘위기’보다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경기부양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당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데 주력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이젠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고, 7870억 달러를 투입할 상황인 만큼 비관론 확산을 차단하고 적극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쪽으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설의 도입부부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국민에게 불어넣는 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연설을 통틀어 ‘위기(crisis)’라는 단어는 열한 번 등장한 반면 ‘회복(recovery)’은 열두 번 사용됐다.

이날 오바마는 지난달 20일 대통령 취임연설 때보다 더욱 힘있고 속도감 있는 말투를 사용했다. 스스로 경제회복 방향에 확신이 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CNN은 오바마의 연설이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 당시 사용했던 ‘미국의 아침’ 주제를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희망찬 아침이 눈앞에 있다”는 식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 줬던 레이건의 낙관주의를 원용했다고 본 것이다.

그의 연설에선 앞으로 그가 설정한 정책 방향을 소신 있게 밀고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도 읽혔다. 재정적자는 줄이되 그가 역점을 둔 의료보험·교육개혁·청정에너지 개발과 같은 정책은 자신의 뜻대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외교와 관련된 부분에서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강조했던 ‘테러’나 ‘민주주의’와 같은 단어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 테러리즘과 테러리스트라는 단어가 각각 한 차례와 두 차례 등장했을 뿐이다. 그는 오히려 “고문을 용인하지 않겠다”거나 “이라크에서 철군하겠다”고 밝혀 외교·안보 정책에서 부시 정부와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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