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자사주 5000억원어치 매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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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가 KTF와의 합병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50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한다. 이석채(사진) KT 사장은 25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현금 흐름으로 무리 없는 수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주주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합병 후에도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하는 제도도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KT는 다음 주부터 이사회 결의를 거쳐 자사주를 사들일 계획이다.

이번 대책은 지난달 20일 KT·KTF가 합병을 결의한 이후 경기 침체로 주가가 급락하자 합병에 걸림돌이 되면서 나왔다.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가 보유 주식을 회사에 파는 매수청구 물량이 KT는 1조원, KTF는 7000억원을 넘으면 합병이 취소될 수 있다. 보통 매수청구가는 주가보다 낮게 정해진다. 하지만 합병 결의 이후 매수청구가(KT 3만8535원, KTF 2만9284원)와 주가가 역전됐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매수 청구가 몰려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지난해 합병을 추진하던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려는 물량이 많아 취소됐다. 이 사장이 국내외 투자자 사이에 번지는 합병에 대한 의구심을 조기 차단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 등의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KT는 또 성과 연동형 보수 체계 도입과 인력 순환 촉진 등으로 향후 5년간 총 5000억원의 인건비를 줄이기로 했다. 이 사장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며 “자연 퇴직할 때 보충을 안 하거나 직원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KT 주가는 대책 발표 덕분에 전날보다 2000원(5.6%) 오른 3만7800원, KTF는 1700원(6.5%) 오른 2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여전히 매수청구가에는 못 미쳤다. 증권가에서는 KT가 자산 재평가 등 또 다른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KT가 보유 중인 전화국 토지·건물 등의 자산(장부가 5조4707억원)을 현재 가치로 재평가하면 상당한 이익이 생긴다.

한편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KT와 KTF의 합병을 조건 없이 승인했다. 공정위는 이와 별개로 유선통신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KT의 유선망을 다른 사업자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하기로 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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