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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품질혁신, 한국이 주도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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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올 들어 세계시장에서 국내기업의 품질수준에 대한 고무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미국의 소비자 만족도 조사기관에 의해 우수한 품질평가를 받았으며 삼성전자의 휴대전화와 플래시 메모리 등도 탁월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성과는 부즈 앨런 앤드 해밀턴의 '한국 보고서'에서 제시된 숙제를 풀 실마리를 제시해주고 있다. 이 보고서는 21세기 한국 경제에 대해 "비용의 중국과 효율의 일본의 협공을 받아 마치 넛 크래커 속에 끼인 호두처럼 됐다. 변하지 않으면 깨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며 변화라는 숙제를 제시했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지 7년이 지난 지금 변화에 성공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드러나고 있다. 기술개발과 품질혁신을 통해 상품 고급화를 추구한 기업은 성공했으나, 값싼 노동시장을 좇아 생산기지를 이전했거나 비용을 협력업체에 떠넘긴 기업은 지속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한국 경제의 바람직한 변화 방향은 기술개발과 품질혁신이다. 많은 투자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기술개발은 장기전략으로 추진해야 하나 품질혁신은 그 효과가 빠르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없으므로 단기전략으로 적합하다. 품질혁신이란 경영의 과학화, 일처리 방식의 개선, 기업문화의 합리화 등을 목표로 개선기법을 도입해 전사적으로 추진하는 활동이며, 기업 부문에서 3~6개월이 소요되는 혁신과제를 지속적으로 도출하고 이를 하나하나 해결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게 된다.

'식스시그마'는 과학적 측정 및 관리를 기반으로 100만개 중 불량을 3.4개 이하로 개선하는 품질혁신 기법으로 그 효과가 전 세계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과 모토로라가 이를 활용해 원가절감 및 품질향상 효과를 거두었으며,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삼성전자.LG전자.삼성SDI.포스코 등이 이를 도입해 품질개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재무적인 성과를 얻고 있다.

이러한 획기적인 품질혁신 방법론을 창시한 마이클 해리 박사가 지난주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기간 중 그는 '제3세대 식스시그마'를 발표했다. 제1, 제2세대 식스시그마가 품질혁신에 중점을 두었다면 제3세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매년 50% 이상의 개선효과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제3세대 식스시그마는 인터넷 교육 및 전 사원의 참여를 통해 도입비용을 10분의 1로 줄임으로써 중소기업에서도 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일본은 데밍 박사가 '통계적 품질관리'를 일본에 전파하면서 일본 경제의 부흥을 이룩했다. 미국 레이건 정부의 경제부흥도 "일본이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왜 못하나"라는 기치 아래 다구치 겐이치 박사의 기법을 필두로 하여 '전사적 품질경영'을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

제3세대 식스시그마는 한국 경제의 변화를 위해 시사하는 점이 매우 많다. 첫째 개념인 가치창조는 창의성이 유달리 뛰어난 우리 국민에게 매우 적합하며, 둘째 개념인 인터넷 교육은 우리의 우수한 디지털 산업 인프라를 국가경쟁력으로 전환할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셋째 개념인 전 사원 참여는 현장 근로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가치로 승화시킬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이 해리 박사가 2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제3세대 식스시그마의 발표 장소를 한국으로 택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번 기회를 활용해 '품질일본'에서 '품질미국'으로 옮겨간 품질국가의 이미지가 '품질한국'으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기업.정부.국민 등 모든 경제주체가 노력할 것을 제안한다.

유영상 한국표준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