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국제화 전문가 의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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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최근 몇년동안 추진돼온 국제화는 이에 대한 충분한 인식없이 정치적으로 이용돼온 탓에 '속빈 강정' 이 되고 말았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현 정권이 중앙정치 차원에서 국제화를 내세웠다고 한다면 비슷한 시기에 민선 지방자치단체장들 또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차원에서 '국제화' 를 외쳐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성 싶다.

우선 자치단체마다 한결같이 국제통상협력실등 국제화 관련기구를 신설, 운영함으로써 막대한 인력 충원이 불가피하게 됐다.

결국 정치구호로 입을 뗀 '국제화' 는 기형적인 조직비대만을 초래했을 따름이다.

그런가 하면 소위 '세일즈' 외교나 자매결연, 그리고 선진문물 시찰이라는 명목하에 공직자들의 외국나들이가 빈번해져 힘겨운 지방재정을 더욱 옥죄는 결과를 낳았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단체장들이 지역 기업인들을 동반해 외국에 나가 판촉활동을 벌이는 것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상품이 좋아야지 단체장들이 홍보만 한다고 해서 외국바이어들과 구매계약을 맺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또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환경.교통.지방자치.과학기술등 다양한 주제아래 외국인을 초청,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논의나 아이디어 교환보다는 동원된 청중만을 놓고 매스컴에 회자되는 주민홍보용인 경우 또한 적지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정치적인 미명에서 벗어나 내실을 기하는 국제화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우선 국제화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선행돼야 그 방향을 바로 잡을 수 있다.

또 자치단체가 주민을 선도하는 차원에서 국제화를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주민이 주체가 되고 자치단체들은 이를 지원하는 정도에 머물러야 한다.

〈임도빈 교수,충남대.자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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