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김태균 “승엽이형 공백 내가 메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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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잘해야 승엽이형, 동주형도 부담감을 덜겠죠.”

왼쪽 발목을 비끗해 다리를 절면서도 김태균(27·한화)은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말없이 더그아웃을 지켜야 했던 그가 3년 만에 대표팀 중심타자로 우뚝 섰다. 자신을 향한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고 김태균은 대표팀이 한화와 펼친 세 차례 평가전(19일·22일·23일)에서 총 7타수 5안타(타율 0.714)를 기록하며 쾌조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소속팀 선수에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김인식(한화) WBC 감독도 “타자 중 가장 페이스가 빠른 편”이라고 김태균을 칭찬하며 추신수(27·클리블랜드)·이대호(27·롯데)와 함께 대표팀 중심 타선을 이룰 선수로 꼽았다. WBC 출전을 고사한 이승엽(33·요미우리)·김동주(33·두산)의 공백을 메울 후보이기도 하다.

“국제대회에서 통할 수 있을까”라고 자신을 낮추던 김태균은 이제 “어느 팀과 맞서도 밀리지 않을 만한 클린업트리오 아닌가”라고 자존심을 내세운다. 이어 “승엽이형과 동주형은 대표팀에서 제 몫을 다했다.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하는 시기다. 우리가 못하면 다가오는 아시안게임에서도 두 선배를 떠올리지 않겠나. 두 선배와 팬들이 부담 없이 WBC를 지켜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이승엽은 2004년 일본으로 진출하면서 김태균을 ‘포스트 이승엽’ 1순위로 꼽았다. 하지만 김태균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23개 이하의 홈런에 머물렀다. 2006년 제1회 WBC에서는 ‘이승엽의 백업’ 노릇을 했다. 당시 성적은 3경기 출장, 1타수 무안타. 대회 홈런 1위(5개), 타점 공동 1위(10개)를 차지한 이승엽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한 성적이다. “정말 아무것도 한 게 없이 있다가 돌아왔다. 한국이 4강 신화를 이루는 감격적인 장면을 함께한 것은 영광스러웠지만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었다”는 게 김태균의 회상이다.

제2회 WBC에서는 위상이 달라졌다. 지난해 정규시즌 홈런왕(31개)의 자부심을 안고 중심타선에서 전 경기 출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 청소년선수권 우승 멤버들인 추신수·이대호·정근우와 함께라 기대감은 더욱 크다.

김태균은 “내가 출전한 국제대회 중 팀과 개인성적(타율 0.433·3홈런·11타점)이 가장 좋았던 대회다. 친구들과 함께 이번 WBC에서 그 이상을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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