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형제 외교관 동시 망명…이집트대사·佛 참사관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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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 김정일 (金正日) 의 신임받는 형제 외교관이 가족과 함께 23일 동시에 망명, 충격을 주고 있다.

장승길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 (49) 와, 그의 형으로 프랑스 파리주재 총대표부 장승호 (51) 경제참사관이 23일 각기 부인을 동반, 동시에 임지인 카이로와 파리를 이탈해 제3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우리 정부의 고위소식통은 장대사 부부의 22일 잠적설을 보도한 연합통신 24일자 카이로 발신 기사에 대해 이같이 확인했다.

연합통신은 카이로의 외교소식통을 인용, 장대사는 22일낮 부인 최해옥씨와 함께 외출한 뒤 24일 현재까지 대사관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정부 소식통은 "장대사 형제는 동시에 함께 제3국으로 움직인 것으로 안다" 고 확인했다.

파리의 외교소식통도 "장승호 참사관이 부인 공기옥씨와 파리상과대1년생인 아들 (19) 및 딸 (10) 을 데리고 장대사와 함께 제3국으로 잠적한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이들이 잠적한 제3국은 장대사의 차남으로 지난해 8월 잠적했던 철민 (19) 군이 망명해 있는 캐나다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들 형제대사관 일가가 한국으로 망명할지에 대해선 "가능성은 반반이며 시간이 걸릴 것" 이라고 말해 그들이 북한 이탈과 관련해 우리측과 사전에 교감을 가졌던 것을 시사했다.

소식통은 94년7월 카이로에 부임한 장대사는 3년 임기를 이미 채우고 9월초 귀임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대사는 특히 지난해 8월25일 차남 철민군이 카이로에서 잠적한 데다 그동안 경질설까지 나돌아 개인적 고뇌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은 평양에 있다.

정부 소식통은 장대사 아들이 외국인 친구의 도움으로 캐나다에 가서 정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통신에 따르면 장대사는 승용차등 개인 물품을 대사관에 남겨두고 직원들에게도 행선지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는 것. 부인 최해옥씨는 가극 '꽃파는 처녀' 의 주연배우 출신으로 김정일부부의 총애를 받고 있으며 장대사는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의 신임받는 외교관으로 알려졌다.

장대사는 지난 19일 자페르 엘 베시리 이집트 기획.국제협력장관과 북한.이집트쌍무 투자보장협정에 조인하는등 공식활동을 계속해왔다.

한편 장대사의 차남 철민군은 지난 95년 7월 현지의 우리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망명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철민군은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당시의 정태익대사를 찾았고 "서울에 가면 공부를 할 수 있느냐" 고 한국에 갈 의사를 표시했다는 것. 그러나 당시 이집트와의 관계등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해 우리가 적극적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대사는 이와 함께 한국과 이집트의 수교를 막지 못한데다 북한 외교공관중 1급지인 카이로에서의 활동이 부진하다는 질책을 받은 것으로 이 소식통은 전했다.

안희창 기자.배명복 파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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