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녀교육 어떻게 시키세요? ① MC 김혜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5면

화려해 보이는 유명 인사들의 삶. 그 뒤엔 어떤 교육법이 숨어있을까. 한 사람의 엄마·아빠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느 부모들과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스타들. 그리고 특별한 교육을 통해 특별한 삶을 살게 된 명사들. 그들에게서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MBC 라디오 ‘싱글벙글 쇼’를 20년 넘게 진행해 온 방송인 김혜영(47)씨. 자타가 공인하는 살림꾼인 그는 『행복하기에도 여자의 인생은 짧다』라는 책을 통해 ‘행복의 기술’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책에서 “엄마 되기는 쉬워도 엄마답기는 어렵다”던 그는 두 딸에게 어떻게 행복을 가르치고 있을까.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김씨의 집을 찾아가 얘기를 들어봤다.

친구 같은 모녀 김혜영(左)씨와 양효정양. 김씨는 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맞장구도 쳐준다. 편견 없이 어떤 얘기든 들어주는 엄마와 딸 사이에 비밀은 없다. [황정옥 기자]

■‘무슨 얘기든 들어주기’에서 출발=초인종을 누르니 엄마보다 딸 양효정(13·여의도중1)양이 먼저 나와 인사를 하며 반겼다. 웃는 눈매와 밝고 시원시원한 목소리가 김씨를 꼭 닮았다. 큰딸 양효진(20)양은 캐나다 유학 중이다. 두 딸과 친구처럼 지낸다는 소문을 들은 터라 그 비결부터 물었다. 김씨는 ‘무슨 얘기든 들어주기’를 강조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끊임없이 조잘조잘 이야기해요. 공부·성적 얘기보다는 학교 친구·선생님 얘기를 주로 하죠.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에요. 같이 마음에 안 드는 아이 흉도 보고요(웃음). 제가 들어주면서 ‘어머’ ‘정말?’ ‘웬일이니’ 하면서 맞장구를 쳐주니까 아이도 신이 나서 이야기해요.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제가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데 거기까지도 따라와서 옆에 앉아 얘기한다니까요.”

김씨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렇게 하지 마라’ ‘안 돼’ 등 평가·명령하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런 말들은 아이의 입을 닫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이 말에 최대한 호응하고 관심을 보이면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것도 엄마의 몫이라는 것. 아이가 함께 얘기하고 싶어 할 땐 충분히 시간을 내준다. 김씨는 “대신 나도 힘들 땐 어떤 일 때문에 힘든지 있는 그대로 털어놓는다”며 “엄마도 너희에게 위로받고 사랑받고 싶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그 덕분인지 김씨는 요즘도 다 큰 딸과 함께 목욕을 하고 서로 볼에 뽀뽀를 한다. 아빠는 모르는, 엄마와 딸만의 비밀도 있다.

김씨는 말 그대로 ‘방목형’ 엄마다. 간섭하지 않고 뭐든 스스로 하게끔 했다. 어려서부터 신발 신는 것도, 옷을 고르는 것도 아이가 알아서 했다. “옷까지 엄마가 일일이 골라주면 다 커서도 자기 옷 하나 못 고르는 어른이 될 거 아니에요. 인생은 갈림길의 연속이니까 선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곤 하죠. 요즘은 효정이가 ‘이 집에서 자기 스케줄 아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고 해요. 과외니 학원이니 언제 가야 하는지를 스스로 챙기니까요.”

■그래도 인성교육만은 철저하게=그래도 아이가 하는 대로 지켜보다 보면 가끔은 답답하거나 조바심이 나지 않을까. 김씨는 “전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나보고 특이하다고 한다”며 웃었다. 아이들의 공부는 남편 양재철(54)씨가 대신 챙긴다. 학원을 알아보는 것은 물론, 심지어 미리 가서 수업을 들어본 뒤 아이를 보내기도 한다고. 시험 기간이면 공부를 마칠 때까지 아이와 함께 잠 안 자고 있어 주며, 졸릴 때는 말도 걸고 모르는 것은 물어보도록 한다. “애들 아빠가 악역을 맡아 주니까 저는 좋은 엄마만 할 수 있는 거죠. 남편은 ‘공부해라’ 하고 저는 ‘놀아라’ 해요. 남편에게 너무 고마울 따름이죠.”

김씨는 가끔 아이들 교육을 위해 학교 선생님과도 공조한다. 큰딸이 초등학생 때, 늦잠 자는 버릇을 못 고치고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나 애를 먹기 일쑤였다. 안 되겠다고 생각한 김씨는 담임교사에게 사정을 이야기한 뒤 지각하면 혼쭐을 내달라고 말씀드렸다. 딸에게도 더 이상 엄마가 깨워주지 않겠노라고 ‘경고’를 했다. 처음 하루 이틀은 예전과 같이 지각하던 큰딸이 이후로 한 번도 늦은 법이 없다.

잔소리를 거의 하지 않는 김씨지만 인성교육만은 철저하다. 절대 참고 넘어가지 않는 건 거짓말하는 것과 어른에게 버릇없이 함부로 대하는 것이다. 야단칠 땐 인정사정없다. 어디에 몇 대를 맞을지 스스로 정하게 한 뒤 “눈물이 나도록 세게 때린다”고 말했다. 또 일기만큼은 꼭 쓰도록 강조한다. 그날 그날을 반성할 수 있고, 나이 들어서 들춰볼 수 있는 최고의 동화책이라고 생각해서다.

한눈에 봐도 사랑이 그득한 김혜영씨네 집. 종종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이 된단다. 김씨를 두고 딸과 남편이 서로 자기가 옆에서 자겠다고 다투다가 우당탕 베개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부모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큰 교육”이라는 김씨. “엄마·아빠가 행복하게 살아야 아이들도 구김살 없이 크는 것 같다”고 덧붙인다.

김씨는 유학간 큰딸에게도 ‘공부 잘해라’는 말보다는 ‘다치지 마라’ ‘마음 아프지 마라’는 당부를 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 그릇이 보이기 마련인데, 100m 뛰기도 힘든 아이에게 마라톤을 하라고 하면 그건 엄마 잘못이에요. 제가 아이들에게 항상 하는 말은 ‘행복하면 해라’예요. 어떤 일을 해서 네가 행복하다면 그 일을 하라고 하고 싶어요.” 부모에게 효도할 줄 아는 사람으로 딸들을 키우고 싶다는 김혜영씨. 그의 자녀교육은 아이들에게 ‘행복의 기술’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최은혜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