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봅시다]컴퓨터 초보자 686급 기종 구입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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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J은행 김정호차장. 컴맹이란 불명예를 벗겠다는 각오로 우선 컴퓨터를 구입키로 했다.

몇년간은 안바꿔도 될 최고급 기종을 사기위해 컴퓨터 전문가인 동료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이 친구 말인즉, "굳이 처음부터 비싼 신제품을 살 필요가 있느냐" 는 것이었다.

자신도 컴퓨터를 시작할 때 거액을 들여 당시로선 최고급 기종인 486DX급을 구입했다고 한다.

그런데 도스.윈도우등 기초 프로그램을 이해하는데만 3개월이 걸렸고, 훈민정음.엑셀등 요긴한 소프트웨어 2~3가지를 익히는데 또 6개월, 컴퓨터 통신에 익숙해지는데 다시 3개월이 걸렸다는 것. 486DX급 제품을 사서 386급이하 수준으로 사용하는동안 1년이 지났고, 그새 컴퓨터는 586급시대로 넘어가버렸다.

업그래이드 (기능확장) 를 해서 1년쯤 더 버티다 결국 이 컴퓨터는 친척에게 주고 자신은 최근 2백90여만원을 주고 S컴퓨터 686급 모델을 구입, 이제야 제 기능에 걸맞게 쓰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므로 김씨도 중고를 사서 1년쯤 기본기능을 익힌후 최신 모델로 바꾸는 게 어떠냐고 이 동료는 말했다.

그는 중고라도 ▶훈민정음.아래아 한글등 워드프로세서▶삼국지5.적색경보등 오락게임▶컴퓨터통신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처리속도와 용량▶애프터서비스를 받기 쉬운 국내 주요 메이커 제품정도의 조건을 충족하면 별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가 동료와 함께 용산 터미널상가에 있는 중고컴퓨터업체 CC마트 (02 - 719 - 2900) 를 찾았더니 S컴퓨터 586급 중고품을 권했다.

기본 사양은 CPU 75㎒, 기본메모리 8, HDD 1, 모뎀 1만4천4백, CD롬 4배속등으로 가격은 60만원 안팎이었다.

이 정도면 김씨가 '상당한 수준' 에 이를 때까지는 별로 불편하지 않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동료가 설명했다.

가게 직원도 "컴퓨터 수명이 짧아지고 있어 1년후면 CPU 75㎒짜리 586제품은 30만원, 686급은 1백만원정도로 값이 내려갈 것" 이라고 전망했다.

그래서 김씨는 양측의 장단점을 비교해 봤다.

동료가 산 686급의 가격은 2백90여만원. 현재 자신의 실력으로는 첨단 신제품이란 것 이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반면 60만원을 주고 586급 중고를 샀다가 1년후 동료가 현재 가진 것과 비슷한 물건 (중고품 1백만원) 으로 바꿀 경우 금전적으로는 1백만원 이상 이익이었다.

또 필요하면 그때가서 신제품을 살 수도 있는 점등을 감안할 때 '초보자 입장에선 중고를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는 결론을 내렸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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