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음악의 도시 밀라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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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해가 지고 거리에 어둠이 내리면서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는 오후 8시께. 밀라노 '라 스칼라' 앞 광장에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을 보기 위해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객석은 입추의 여지없이 관객들로 꽉 찼다.

공연은 3시간20여분. 그러나 극장을 메운 관객들은 지루함도 잊은 채 배우들의 황홀한 노래소리에 넋을 놓는다.

비록 음악의 문외한이라도 '라 스칼라' 에서 모차르트의 '마적' ,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아이다'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오페라를 듣는다면 그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게 마련이다.

밀라노는 이탈리아 경제와 패션의 중심지. 그런가 하면 주변의 크레모나.베르가모와 함께 음악도시로도 손색이 없다.

'라 스칼라' 는 런던의 '코벤트가든' ,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과 함께 세계 3대극장중 하나로 손꼽힌다.

크레모나는 바이올린의 세계적 명장 (名匠) 으로 불리우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의 고향이고 베르가모는 도니제티가 태어난 곳이다.

6층으로 꾸며진 '라 스칼라' 의 객석은 2천5백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1776년 공사를 시작해 2년뒤인 1778년 완공됐다.

그 해 8월3일 안토니오 살리에리 (1750~1825.이탈리아) 의 작품이 개막공연으로 무대에 올려졌다.

2차세계대전으로 극장 일부가 파괴됐다가 1946년 다시 문을 열었다.

사시사철 각종 공연이 열리지만 특히 오페라공연이 열릴 때는 2달전에 이미 입장권이 매진될 정도다.

그러나 입석표는 공연 당일 2~3시간정도의 시간만 투자하면 구입할 수 있다.

로얄석이 19만2천리라 (약 10만원) 이지만 입석은 1만리라 (약 5천원) 면 입장할 수 있다.

이밖에 밀라노의 빈치아노수도원에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걸작인 '최후의 만찬' 을 관람할 수 있다.

바이올린의 고향 크레모나에는 5년제 바이올린 국립제작학교가 있어 매년 80명의 기능공을 배출한다.

정식으로 등록된 바이올린 제작소만 1백여개를 헤아리고 있다.

22년간 바이올린을 만들어 왔다는 스위스 제네바태생의 가세르 (39) 씨는 "바이올린을 한개 만드는데 두달반이 소요되며 6백만~7백만원에 팔린다" 고 말한다.

시청 회의실에서는 2백80여년전 스트라디바리가 제작한 바이올린으로 하루에 한번씩 바이올린 연주회가 열린다.

르 네상스시대 이사벨라 데스테가 살았던 만토바는 밀라노에서 2시간여 거리에 있다.

이사벨라 데스테는 국내에서도 소개된 시오노 나나미 (鹽野七生)가 쓴 '르네상스의 여인들' 에 나온다.

데스테는 만토바를 지배했던 곤차가가 (家) 와 정략결혼을 해 평생을 만토바공국에서 살았던 여인. 그녀가 모은 예술품중 프레스코화 (회칠한 벽면이 마르기 전에 수채화를 그리는 벽화기술) 로 유명한 안드레아 만테냐의 작품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또한 '로미오와 쥴리엣' 의 작품무대였던 베로나가 1시간여거리에 있다.

▶항공편 = 서울에서 알리탈리아항공 (02 - 779 - 1676) 이 매주 화.목.토요일 오후 1시15분 출발해 같은 날 오후 6시25분 로마에 도착한다.

12시간10분 소요. 로마에서는 오후 8시에 출발해서 오후 9시5분 밀라노에 도착한다.

왕복요금은 1백28만원. 글 = 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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