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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세돌, 위기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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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1국>
○·황이중 7단(중국) ●·이세돌 9단(한국)

 제6보(61∼77)=백△로 가만히 꼬부리는 이 한 수가 이세돌 9단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은 것은 놀라운 일이다. 방심 탓이다. 완벽을 자랑하던 호화유람선 타이타닉을 침몰시킨 방심……. 고심했으나 흑은 결국 61로 후퇴하는 수밖에 없었다. 쫓던 백이 62로 화려하게 살아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흑의 진영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모종의 오버페이스가 흑을 기어이 위기에 몰아넣은 것이다.

아직 판이 넓은데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지금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집을 세어보면 흑은 우변 40집에 하변과 좌변의 20집을 합쳐 60집이다. 백은 좌상 40집에 좌하와 우하의 15집을 합쳐 55집. 단순히 집만 보면 덤 내기가 어려운 정도이고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흑은 엷고 백은 두텁다. 우변 흑은 백A를 당하면 바짝 오그라든다. 좌변 흑은 미생이다. 집도 부족한데 당할 곳은 많아 시간이 갈수록 형세가 호전되기보다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런 위기 상황에 기름을 부은 게 71이다. 박영훈 9단은 백을 두텁게 만들어 ‘참고도’처럼 중앙에서 활용하는 수단을 없앴다고 한다. 물론 흑1과 백2가 교환된 후 B로 붙이면 백은 물러서지 않고 C로 감아버릴 것이다. 말하자면 71은 아주 미세한 정도의 손실인데 사태가 하도 심각하다 보니 그것마저 뼈아프게 느껴지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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