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무기수출 대국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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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과거 아파르트헤이트 (인종분리정책) 로 악명 높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무기수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남아공은 최근 이란에 핵무기 관련 기술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시리아.터키등에 각종 첨단 무기를 수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는등 중동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스라엘과 군수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남아공이 이제는 이스라엘의 '천적 (天敵)' 들에게 죽음의 무기를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남아공이 중동에 대한 새로운 무기수출강국으로 부상하자 미국.영국등 서방국가들은 "신의를 저버린 반평화주의적 작태" 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이들 국가들은 지금까지 중동에 대한 무기수출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는데 남아공의 무기수출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남아공의 무기수출 사실을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는 영국의 타임스는 지난 16일 남아공 원자력에너지사의 대표이사가 지난해 남아공 프리토리아에서 이란의 아무로라히 원자력담당차관과 비밀회동을 갖고 이란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부품리스트를 건네받았다고 보도했다.

물론 이란 정부는 이를 즉각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남아공이 중동의 무기공급원이라는 사실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남아공의 선데이 인디펜던트지는 이달초 남아공의 디넬사가 사우디아라비아에 하이테크장비를 장착한 15억달러 상당의 장거리포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남아공 현지 신문은 이번주 남아공이 터키에 공격용 헬리콥터 12대를 판매키로 했다고 전했다.

2억6천만달러에 이르는 만만찮은 규모다.

이에 앞서 올 1월에는 시리아에 전차포격제어시스템을 수출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남아공이 이처럼 무기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은 주력 수출 품목이었던 금 생산이 시들해지면서 이를 대신할 수출업종으로 무기산업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남아공의 모데이 국방부 장관이 최근 "무기판매협상을 위해서라면 세계 어디라도 갈 용의가 있다" 고 한데서 무기판매에 대한 남아공 정부의 '굳은 의지' 를 읽을 수 있다.

결국 경제재건을 목표로 내건 만델라정권이 이를 위한 '무기판매 드라이브' 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느냐는 미국등 서방세계의 견제를 어떻게 피해가느냐에 달린 셈이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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