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통령 딸 특별대우 마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딸 말리아(10)와 사샤(7)는 오후 8시면 잠자리에 든다. 아침에는 알람 시계가 울리면 일어난다. 침상을 정리하고 방을 청소하는 것도 그들의 일이다. 백악관이 앞으로 애완견을 입양하면 개를 산책시키고 개똥을 치우는 것도 두 아이의 일이 된다.

오바마와 미셸 부부는 두 딸이 가능하면 평범하게 살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 인터넷판이 22일 보도했다. 아이들이 대통령 자녀로 떠받들어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자만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셸은 최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백악관에 입성한 뒤 직원들에게 당부한 말은 ‘아이들의 침대를 정리해 주지 마라. 그냥 놔둬라. 애들은 이런 일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오바마 부부는 어렸을 때의 규칙과 습관이 아이들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셸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기간에도 두 딸의 오후 8시 취침 규칙을 엄격히 지켰다. 그래서 오바마는 선거 유세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딸들을 보기 위해 오후 8시 이전에 황급히 귀가하기도 했다. 밸러리 재럿 백악관 선임 보좌관은 “미셸은 딸들이 아버지와 이야기할 시간을 주기 위해 깨어 있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말리아에게 일주일에 1달러(약 1500원)의 용돈을 주고 있다. 그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마음 약한 아버지가 아니다”면서도 “그렇지만 미셸은 아이들에게 다소 소리를 질러대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자신보다 미셸이 더 규칙을 엄격히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오바마 부부는 딸들의 TV 시청 시간도 제한하지만 교육적 내용이 많은 디스커버리 채널 시청은 내버려 둔다. 말리아와 사샤는 또래 아이들이 열광하는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이나 ‘한나 몬타나’의 열성 팬이다.

오바마 부부의 자녀 양육법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NYT는 보도했다. 오바마는 “아버지 없이 자란 경험 때문에 딸들의 삶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시간에 맞춰 대통령 집무실을 떠난다. 학부모·교사 모임이나 딸들의 피아노 연주회에도 대개 참석한다. 그는 말리아와 함께 해리포터 시리즈 7권을 읽었다는 사실을 자랑하기도 한다. 원만한 가정에서 자란 미셸은 예의와 동정심을 중시한다. 그렇지만 “백악관에서 대통령 자녀를 행복하면서도 올바로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NYT는 지적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딸 제이미는 아버지 소신에 따라 공립학교에 갔으나 초기에 외로움을 겪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10대 딸인 앨리스는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고 밤늦게까지 파티를 벌여 구설에 올랐다.

정재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