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의 주변국 떠보기 고도의 정치플레이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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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의 집권 자민당이 대만해협을 한반도와 같이 미.일간 유사시 군사협력의 대상지역에 넣는 문제를 놓고 주변국들 떠보기라는 '고도의 정치플레이' 를 벌이고 있다.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정권의 2인자 그룹을 대표하는 두 실력자인 가지야마 세이로쿠 (梶山靜六) 관방장관과 가토 고이치 (加藤紘一) 자민당 간사장이 이 문제에 대해 서로 반대되는 주장을 내놓아 정쟁의 불씨를 지폈다.

가지야마 장관은 17일 미국과 일본이 오는 가을까지 확정할 예정으로 막바지 손질중인 미.일방위협력지침 (가이드라인) 상의 '일본주변 유사시' 에는 당연히 대만해협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더라도 일본은 미국과 함께 군사적으로 공동 대처하겠다는 뜻이다.

일본정부 대변인이기도 한 그의 주장은 중국의 반발을 살 것이 분명해 보인다.

반면 가토 간사장은 지난달 중국을 방문해 장쩌민 (江澤民) 국가주석등을 만난 자리에서 "방위협력지침은 어디까지나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한 것으로 중국.대만과는 관계없다" 고 설명했다.

가토는 이어 미국을 방문, 코언 국방장관을 만나 현재 진행중인 지침개정작업이 '한반도 때문' 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물론 자민당내 보수연합세력 (가지야마) 과 연립정권세력 (가토) 을 대표하는 이들의 논쟁은 두 정파간 세력다툼이나 다음달말의 자민당 당직개편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러나 지난해 4월17일의 미.일신안보선언이 미.일안보체제의 역할범위를 극동지역에서 아태지역으로 크게 넓혀놓았고, 이에 따라 방위협력지침 개정작업도 진행중인 저간의 사정을 생각하면 두 실력자의 상반된 주장은 주변국 떠보기라는 점에서 별로 다를게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민당내 정파싸움은 일견 심각해 보이지만 그 뒤에는 대만해협문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당내문제를 마무리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중인 확대된 미.일군사협력을 성사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러한 당 내분이 다음달초 중국방문을 앞두고 야스쿠니 (靖國) 신사 참배도 자제하는등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써온 하시모토 총리에게 대외전략을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도쿄 = 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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