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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 속 ‘성자’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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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20일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 미사가 끝난 뒤 운구 차량이 지나가자 시민들이 손을 흔들어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수환 추기경이 영면하던 날, 전국에 추모 물결이 일었다.

세 시간이 넘는 기다림 끝에 김 추기경의 추모 행사에 참여했던 이상근(52·서울 청담동)씨는 “김 추기경이 명동을 사랑과 기적의 거리로 만들었다”며 “그분은 이미 우리 마음 속의 성자”라고 말했다.

김 추기경과의 개인적 친분으로 장례 미사에 참석한 공지영 작가는 “추기경님이 돌아가시면서 여러모로 새로운 ‘눈’을 기증하고 가신 것 같다”며 “추운데도 조문하기 위해 이곳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니 (그동안) 얼마나 의지할 곳이 없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1951년 김 추기경이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처음 부임한 안동교구 목성동 성당에서는 김영필 주임신부의 집전으로 200여 명의 신자가 추모 미사를 열었다.

경북 군위군 용대리 김 추기경의 옛집에서도 100여 명의 신자가 참석한 가운데 추모 미사가 열렸다. 최호철 군위성당 주임신부의 집전으로 진행된 미사에서 신자들은 추기경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다. 미사에 참석한 한 신자는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신 추기경님을 잃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좋은 곳으로 가시게 된 날이어서 기쁜 마음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이 주교 서품식(敍品式)을 받고 초대 교구장으로 착좌식(着座式)을 한 뒤 2년간 근무했던 천주교 마산교구는 이날 주교좌 성당인 양덕성당에서 교구 총대리 신부인 이형수(블라시오) 몬시뇰이 집전하는 장례 미사를 올렸다.

이 미사에는 교구 소속 사제와 수녀·수도자·신자 등 2000여 명이 성당 안은 물론 바깥에 서서 기도를 올렸으며 일부 신자는 성체를 받아 모신 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신자가 아닌 시민들도 성당을 찾아와 미사를 지켜보고 고인을 애도했다.

○…임동성당에서 신자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추모 미사를 진행하는 등 광주 지역 성당에도 김 추기경을 추모하는 신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신자들은 김 추기경이 80년 5·18광주민중항쟁 당시 희생자들과 부상자들을 걱정하는 편지와 함께 거액의 돈을 보낸 기억을 되살리며 “김 추기경으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받았다”면서 고인의 넋을 기렸다.

광주 지역 성당들은 이날 오후까지 분향소를 설치하고 신자들이 연도(煉禱·천주교식 위령 기도)와 조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하는 추모 미사가 19일(현지시간) 미주 동포가 가장 많이 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열렸다.

남가주한인사제협의회는 서울 명동성당 장례 미사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이날 오후 5시(한국시간 20일 오전 10시) LA 코리아타운 내 성바실중앙성당에서 동포 가톨릭 신자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 추모 미사를 가졌다.

사제협의회 회장인 전달수 신부의 집전으로 거행된 이날 미사에는 오스카 솔리스 LA대교구 다민족사목 담당 주교가 참석했고, 개신교와 불교·원불교·성공회 등 다른 종교 지도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김지영 교황청 주재 한국대사는 20일 “한국 천주교계의 관심과 기도가 한국에서 새로운 추기경이 탄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청 관례를 보면 은퇴 추기경에 대한 후임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면서도 “선종으로 추기경이 줄면 교황께서 적절한 시기에, 대체로 2~3년 안에 추가로 추기경을 임명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 두 분의 추기경을 둬야 한다는 정원 개념은 없다”면서 “하지만 한국 천주교계가 교황청에 계속 요청하고 교황께서 이를 인정하면 새 추기경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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