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북카페] 클린턴이 백악관에서 ‘그랬던’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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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왜 똑똑한 사람이 멍청한 짓을 할까

로버트 스턴버그 외 지음, 이영진 외 옮김
21세기북스, 328쪽, 1만3000원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은 1998년 백악관 인턴이었던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논란이 되자 “대통령도 사람이다”란 말을 했다. 생각 없는 이 말은 당연히 국민의 분노를 키웠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현 정부에서 이른바 ‘강부자 내각’의 불씨가 됐던 이들도 듣는 이의 부아를 돋우는 말을 거듭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보통사람의 상식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을, 학식과 능력 그리고 명예와 재산을 갖춘 이들이 저지를까.

이 책은 이 같은 현상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정통 학술서다.(그러니 제목에 홀려 만만히 손에 들 일은 아니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15명이 이 같은 헛똑똑이 짓을 진지하게 파고들었다.

클린턴의 경우 주지사 관저와 백악관에서 별 문제 없이 애정행각을 벌인 경험에서 자신의 애정행각이 드러날 가능성이 희박하다 판단했을 거란다. 또 애정행각을 벌였던 역대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너그러운 태도, 기혼자들의 혼외정사 조사 결과 등으로 미루어 폭로되더라도 그리 부정적이지 않을 거란 안이한 생각을 한 탓이라 덧붙인다. 이는 과거에서 교훈을 얻는 ‘학습능력’은 지능과 무관하다는 이론에 바탕을 둔 시각이다.

‘암묵지식’이론에서는 막대한 권력을 쥔 인물들은 전지전능의 감각, 천하무적의 감각 때문에 파멸에 이르는 경우가 많으며 클린턴은 이에 해당된다고 분석한다. 이를 조직에 적용하면 실패한 관리자의 특성이 드러난다. 실패한 관리자의 유형으로 ‘호감이 많이 가는 떠돌이’ ‘분노를 품은 사람’ ‘자아도취자’를 꼽는데 각각의 설명은 적지 않은 관리자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하지 싶다.

책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얻을 것도 많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상당한 분투가 요구된다. 전문용어가 난무하는데다 문장이 딱딱해서다. 이를 피하려면 관심 있는 장(章)을 골라 있는 것도 요령이겠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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