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촌 사람들의 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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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손희연씨는 다양한 고시준비생들의 경험과 그들의 말들을 논문속에 여과없이 실어 고시촌 문화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 식당주인.고시원 관리인.복사집 아르바이트생등 주변 상업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담고 있다.

그들의 실상을 대변하는 목소리들을 담아본다.

◇고시촌에 길들여지기

▶사법시험 준비생(30.5년준비) : 의례 친구들도 얘는 공부하니까 연락도 잘 안하고 저도 연락 잘 안하니까 …인간관계가 끈끈했던 것이 느슨해지고 결국 공부하려고 남은 친구들밖에 없는거죠.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이 없죠. 그러다 보면 생각이 외골수가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노장(37.사법시험 10년 준비) : 츄니링을 입고 다니는 것이 편해요. 방에서 공부하고 고시촌내에서 생활하니 다른 옷이 필요 없어요. 한번은 츄니링을 입고 부산까지 갔어요. 고속버스타고. 별 상관 엇었는데,내려가니까 아는 사람이 "애,너 이렇게 하고 왔냐"고 그러더라구요.

▶행정고시 준비행(33.4년 준비) : 사회는 인터넷이니 뭐니 하고 빨리 앞서가고 있는데 우리는 계속 똑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정체성(停滯性)에 빠져 있어요.

◇공간 혐오

▶행시(35.5년) : 스스로 여기를 감속소지,여기가 어디 사람 사는 곳이냐는 생각을 해요. 고시원 방이라는데가 조그맣고 어떤 사람은 '관'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사시(27.3년) : 지금 이 상태가 만족스럽지 못하니까 지금이 제일 싫은거죠. 이 생할 계속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두려움이죠. 빨리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거의 다하고 있어요.

◇모순과 악순환

▶사시(27.4년) : 법조계가 기득권이고 그걸 유지하려고 좁혀놓으니 그것을 하려고 마으먹은 사람들은 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거죠. 이겨내려면 비인간적으로 될 수밖에 없고 청춘을 담보잡혀가지고 했으니 보상받으려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죠.

▶사시(32.6년) : 나가지 못하는 이유는,대안이 없어요. 나가면 뭐 할거예요. 자신의 준거집단이 높았기 때문에 만족도를 느낄 수 있는 다른 부분이 없어요.

◇주변 상인들

▶독서실 관리자(40대 후반.여) :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굉장히 많아요. 고시건달들도 간혹 있어요.

▶비디오방 여주인 : 고시준비생들은 고객으로는 불편하죠. 신경이 예민한 것 같아요. 최고 학벌.최고 인재들인데 서비스하는 것이 어려운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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