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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의료보험 통합 시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의료보험 통합문제가 신한국당의 추진방침 천명으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정부는 아직 미온적인 입장이지만 여.야 정치권의 의견일치로 활발한 논의가 예상된다.

의보통합에는 조합간 재정격차로 의료서비스 차별이 심각하므로 통합이 시급하다는 주장과, 섣부른 통합은 근로자들의 부담만 높이고 관리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입장이 맞서 있다.

집권당인 신한국당에서 의료보험 통합을 추진한다는 보도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가 아직 공식의견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많은 국민과 학계,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국민회의 등 정치권에서도 오래 전부터 통합을 주장해 왔기 때문에 신한국당의 이번 결정은 상당한 환영을 받을 것이며, 어느 때보다 통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현행 의료보험에 대해 일반 국민.환자.의료인등 모든 관련집단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며, 이는 크게 두 가지 구조적 문제점에 기인한다.

하나는 우리나라 의료보험이 높은 급여수준을 보장하기보다 낮은 수준의 기본적인 의료욕구를 충족시키는 저부담 (低負擔) - 저급여 (低給與) 구조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농어민처럼 소득능력이 약한 반면 의료욕구는 강한 집단을 별도의 조합으로 분리운영하는 조합방식아래서 특정 집단이 받는 상대적 불이익이다.

후자의 조합방식체제는 저부담 - 저급여구조와 '악순환적' 연결고리를 맺으며 문제를 증폭시키고 있다.

지역.직장별로 분리운영되는 현행 조합방식 의료보험체제는 한국의 지역.산업간 소득격차와 의료욕구의 차이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조합간 재정격차를 구조화하게 된다.

소득이 적고 노인인구가 많은 지역조합이 지속적인 적자인 반면 소득이 일정 수준에 있고 상대적으로 청년층이 많은 직장조합이 2조원 가까운 흑자를 기록하는 모순된 현상이 조합방식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러한 조합간 재정격차는 계층간 보험료 부담과 보험급여의 불공평성을 초래하고 있다.

지역조합에서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해마다 물가상승률을 훨씬 초과하는 20~30%의 보험료를 인상해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반면 직장조합은 부가급여가 확대되는 모순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보장제도가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역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지역조합의 재정적자는 의료보험에 국가예산을 과도하게 투여함으로써 다른 사회복지부문에 투입돼야 할 예산을 제약하고 있다.

전체 의료보험조합의 적립금을 통합할 경우 전체 재정은 흑자이기 때문에 정부는 1조원에 달하는 의보지원금을 장애인이나 노인등 다른 취약계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즉 현행 조합방식은 국가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만들고 있다.

이외에도 조합방식은 조합마다 독자적인 행정구조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관리운영비가 과다하게 지출되며, 이는 급여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조합방식은 자격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행정적으로나 국민 편의면에서나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 의료보험의 최대과제는 다가오는 노령화사회와 국민의 높아진 의료욕구에 대비해 저부담 - 저급여 구조를 탈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합방식아래서 급여확대는 곧바로 지역의보의 보험료 인상과 국고의 추가부담을 수반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원하는 보험급여 확대를 위한 의보구조개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행 조합방식은 보험료부담및 의료혜택의 공평성확보와 보험급여 확대에 긍정적이지 않기때문에 폐지돼야 한다.

통합방식으로 전환을 결정한 신한국당의 이번 결정은 21세기에 대비하는 한국 의료보장제도의 질적 발전에 분수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연명 상지대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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