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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본질 캐는 대형기획물 쏟아져…'일본학 총서' 시리즈 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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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오늘은 광복 52돌이 되는 날. 그날의 감격을 차분하게 되새기며 한.일 양국의 진취적 관계를 숙고해볼 시점이다.

출판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8.15를 겨냥해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선보이고 있다.

우선 두드러진 특징은 현대 일본사회를 집중조명한 대형기획물들이 대거 나오고 있다는 점. 그동안 의식.무의식적으로 기피한 일본 지성계의 추이를 포괄적으로 짚고 있다.

일본에 대한 역사적 앙금이 말끔히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심정적 거부감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일본읽기' 를 시도하고 나선 것. 소화출판사의 '일본학 총서' 시리즈가 대표적인 경우. 95년 이후 지금까지 30권을 넘어섰으며 모두 50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일본을 알고 나서 비판하자' 는 취지에서 일본문화의 독자성을 주창한 역사학자 쓰다 소키치 (津田左右吉) 의 '중국사상과 일본사상' 처럼 보수적 시각에서부터 전후 일본경제의 허구성을 비판한 도쿄 (東京) 대 오다카 구니오 (尾高邦雄) 교수의 '일본적 경영' 까지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들이 바라본 일본의 자화상을 소개하고 있다.

민음사가 시작한 '일본의 현대지성' 도 비슷한 기획물. 그들의 내면세계가 부각된 일본 근대문학은 사실상 제국주의를 긍정한 것이라고 꼬집은 문학비평가 가라타니 고진 (柄谷行人) 의 '일본근대문학의 기원' 이 1권으로 나왔다.

서구 근대성의 위기를 추적한 경제학자 이마무라 히토시 (今村仁司) 의 '근대성의 구조' 와 현대문화의 복잡성을 해부한 인류학자 야마구치 마사오 (山口昌男) 의 '문화의 양의성' 도 곧 선보이며 현재 10권의 출간 계획이 잡혀 있다.

최근 완간된 '20세기 일문학의 발견' 12권은 문학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웅진출판刊) . 지난 1백년간 일본인의 정서와 사상적 줄기를 대변했던 작가 12명을 엄선했다.

또한 일본 교토 (共同) 통신 기자들이 펴낸 '일본은 살아 있다' 는 일본 관료들의 잇단 망언, 교과서 파동 등 지금도 계속되는 일본 제국주의의 야욕을 구체적으로 추적했다 (프리미엄북스) . 한편 한.일간의 과거사에 대한 국내 연구서도 활발하다.

우선 서원대 박종성 교수 (정치학) 는 근저 '강점기 조선의 정치질서' 에서 그동안 소홀히 취급됐던 일제시대 노동자.농민들의 저항을 주목하고 있으며 (인간사랑) , 와세다 (早稻田) 대에서 일본정치사를 전공한 소장학자 이규배씨의 '반일 그 새로운 시작' 은 한일관계의 뿌리를 고대부터 현대까지 훑으며 일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진정한 복수' 의 시작이라고 역설한다 (푸른숲) . 중앙일보 현대사연구소팀이 펴낸 '일본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도 각계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1900년대부터 지난 65년까지의 양국간 쟁점을 폭넓게 조명했다 (한길사) .재일 교포학자 강상중 교수 (도쿄대) 의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는 일본사회의 배타성을 정교하게 해부한 보기 드문 책 (이산) . 이밖에도 서점가에는 개인의 체험담에서 시작해서 항일 독립투사 발굴, 일본속 한국문화 순례까지 여러 종류의 접근이 전개되고 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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