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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광고의 자유와 윤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고름우유' 파동에 대한 광고소비자의 권리를 인정한 법원의 판결은 우리나라 광고역사상 대단히 새롭고 의미있는 법적 판단이라 평가된다.

이 광고는 '고름' 이란 용어의 무책임한 사용 때문에 우유에 대한 소비자의 혐오감을 극도로 자극해 크게 문제된 사건이었다.

이번 법원판결로 인해 광고소비자의 권리가 획기적으로 신장되는 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이번 판결로 소비자는 더이상 광고의 단순한 객체가 아니라 '광고주권' 을 책임있게 행사하는 광고의 주체가 된 셈이다.

인간생활에 있어 광고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인간은 의사소통행위를 통해 생활하고, 광고는 바로 인간의 의사소통행위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한부분이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은 인간의 본성을 '소비적 인간상' (Homo Consumens)에서 찾고 있다.

어떻게 보면 광고는 인간의 이러한 본질적 속성으로부터 연유됐는지도 모른다.

광고는 현대사회가 점차 생산의 시대로부터 소비의 시대로 옮아가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증가하게 된다.

광고는 현대사회가 점차 자본주의 이념과 체제로 옮아가면서 그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것이다.

광고는 문자 그대로 '자본주의의 꽃' 이 되고 말았다.

언론환경의 변화는 사회 속에서 광고의 기능과 위상을 현저히 제고시키고 있다.

다매체 다채널시대의 도래, 멀티미디어시대의 도래, 감성시대의 도래, 창조적 영상시대의 도래 등은 광고영역을 확장시키는데 기여한 언론환경변화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언론과 광고는 상호 공서 (共棲) 관계에 있다.

언론산업의 성장과 발달은 광고산업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고, 그 반대로 광고산업의 성장과 발달은 언론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지대한 기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 때문에 광고산업을 떠난 언론산업이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신문과 방송은 광고수입에 의해 주로 운영되는 산업인 것이다.

언론산업의 광고 의존도가 해를 거듭할수록 계속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같이 광고는 인간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요건일뿐 아니라 현대사회의 가장 지배적인 환경이 된 것이다.

'인간이 숨쉬는 공기 속에는 산소.질소.광고밖에 없다' 는 광고학자의 애교있는 찬사를 이해할만하다 하겠다.

그러나 광고의 필요성과 광고의 자유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전술한 바와 같이, 광고는 인간과 사회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이 곧 광고의 절대적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광고는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 문화와 관습, 법체계나 상황의 산물인 것이다.

따라서 광고의 자유는 언론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그 나라의 역사.전통.문화.관습.법, 그리고 상황등의 테두리내에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상대적 자유' 로 규정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는 선진국에 비해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경제적으로 불확실하고, 사회적으로 혼란스럽고, 문화적으로는 미진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광고의 자유는 반드시 광고의 사회적 책임과 결부되어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에 유해한 내용의 광고는 반드시 자제되어야 한다.

과음.혼음.마약.낙태.지난친 흡연.염세주의.허무주의.자포자기.폭력주의.선정주의등을 미화하는 광고내용은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나 광고의 발전을 위해서나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물가상승을 간접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내용, 사치.낭비.퇴폐풍조를 자극할 수 있는 내용, 허위광고.불공정 광고.과장광고, 양적인 차원이나 질적인 차원에서나 언론내용을 훼손할 수 있는 내용, 편집권을 직.간접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내용, 언어 질서를 문란케 하는 내용등도 조속히 개선됨이 바람직하다.

광고가 나간후 특정기사가 게재되는 사례, 논란의 기사가 나간후 특정광고가 게재되는 사례, 광고주의 승낙없이 게재되는 사례, 요청광고와 권고 광고의 사례등도 광고의 사회적 윤리차원에서 문제시돼야 한다.

서정우 <연세대언론홍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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