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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보다 웃기는 샘' 인강스타 삽자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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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지난해 말 언론사 가운데 처음으로 인터넷 강의(이하 인강) 강사를 평가한 결과 언어영역은 이근갑(메가스터디), 수리영역은 삽자루(비타에듀ㆍEBSi 동시 출강), 외국어 영역은 김기훈(메가스터디) 강사가 성적향상에 가장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평가는 지난해 수능을 본 고3과 재수생 등 432명을 설문조사해 그 결과를 점수화했다.

인강 강사는 수험생들 사이에선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최고의 인강 스타 중 한 명인 삽자루닷컴 원장 삽자루(본명 우형철·46·사진) 강사. 지난 18일 관악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명함 한 장 없는 그를 만났다. 그래도 학생들 사이에선 ‘개콘보다 웃기는 샘’으로 통한다. 삽자루 강사의 진지한 교육관부터 시시콜콜한 월수입까지 아낌없이 물었다. ‘공교육의 취약점’,‘어떻게 인강 스타가 됐나’,‘왜 삽자루인가’,‘수입은 얼마’,‘초 단위 콘티 짜나’,‘교재 연구는 어떻게’ 등. 그의 대답은 거침없었고 가감도 없었다.

왜 십자루라는 예명을 쓰나
학생들을 삽자루로 때려서 붙은 별명이다. 일부 후배 강사들이 대외적으로 ‘삽으로 한번에 많은 양의 지식을 주워 담는다는 뜻’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공적인 자리에서 “우형철이 아이들을 삽자루로 때린다”고 말할 수 없지 않나. 수업을 할때 학생들이 숙제를 해오지 않거나 지각을 하면 삽자루의 매운 맛을 보여준다. 나는 수업 준비를 위해 휴가도 휴일도 챙기지 않는다. 새벽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학생들이 해온 숙제를 꼼꼼히 살핀다. 학생들은 이런 점을 알기 때문에 ‘자신이 잘못해 맞았다’고 이해한다.

처음부터 체벌 도구는 삽자루였나
아니다. 예전엔 목검을 사용했다. 몇 년 전에 (한 학생에게) 고소를 당해 경찰에 목검을 뺐겼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더 좋은 목검을 가져다 줬다. 목검을 쓰지 않겠다고 경찰과 약속했기 때문에 삽자루로 바꿨다. 삽의 면이 넓어 소리는 크지만 아픔은 덜하다. 내가 삽자루를 사용한다는 소문이 퍼져 숙제를 해올 자신이 없거나 맞기 싫은 학생들은 아예 수강 등록을 안한다. 나에게 온 것은 ‘그 정도는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일선 학교에서 교사가 삽자루를 들었다면 당장 쫓겨났을 것이다. 학원이기 때문에 좀더 자유로웠을까. 학생들은 기꺼이 맞겠다고 그를 찾았다.

강사의 길에 어떻게 들어섰나
26살 대학 3년 때 결혼했다. 먹고 살아야 하는데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4학년 때 신림동 근처에 지하 셋방 하나를 얻었다. 친구 동생들을 불러다 그룹 과외를 시작했다. 방이 두 개였는데 하나는 안방, 또 하나는 공부방이었다.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석 달 뒤 지하에서 지상 셋방으로 올라갔다. 안방 하나와 공부방 2개. 5개월 후엔 인근 건물에 학원을 차리게 됐다. 당시 학생들에게 시험을 잘보면 게스청바지를 사준다고 했었다. 약속을 지켰다.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복습이 생명이다. 일명 ‘복생’. 오늘 배운 내용은 대뇌 어딘가에 흩어져 있는데 막상 시험 땐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한 문제를 풀 때 5분 이상 고민하게 된다.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잠자리에 들면 대뇌 한쪽에 차곡차곡 쌓인다고 믿는다. 당연히 시험 땐 저장된 내용을 쏙 뽑아 쓸 수 있다. 그래서 숙제를 해오라고 당부하고 그렇지 않으면 삽자루로….

삽자루라는 채찍만이 ‘공부 동기’를 끌어낼 수 있었을까. 채찍에는 언제나 당근이 함께하는 법. 삽자루에 버금가는 미끼(?)는 무엇이었을까.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동기를 어떻게 줬나
오늘 배운 것을 노트에 다시 풀라고 지시했다. 월 말에는 숙제를 매일 해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PMP 3대를 줬다. 보통 한 강좌당 150명이 수업을 듣는데 이중 60여명이 숙제를 낸다. 수업 마지막 날, 조교는 칠판 가득 60여개의 사다리를 그린다. 사다리를 탄 행운의 3명이 PMP를 갖게 된다. 욕심이 생긴 학생들은 다음 달에 또 이벤트를 하자고 조른다. 또 PMP 3대를 내걸었다. 학생들은 PMP를 얻기 위해 열심히 복습했다. 복습을 하면 실력이 오르고 실력이 오르면 자신감이 생긴다. 결국엔 ‘수리 정복’에 가까워진다.

인강 학생들에겐 한계가 있겠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모두 내 제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 1월부터 ‘복생’을 시스템화 시켰다. 한 강의 당 ‘클릭’해 공부하는 학생이 어림잡아 8만명 정도 된다. 인강을 듣는 학생들이 복습한 노트를 내게 우편으로 보내면 이를 확인한 후 다음 강의의 교재를 보내주기로 했다. 또 50명당 1명씩 추첨해 PMP와 미니노트북을 주기로 했다. 2월 말부터 노트를 보내라고 했는데 처음 하는 시도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수입은 얼마
인강 강사들 일부는 자신의 수입을 부풀려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자신의 강의를 학생들이 많이 듣는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월 매출 현황을 직접 보여주겠다. 지난해 비타에듀를 통해 들어온 강의 판매료는 46억원이었다. 이중 50%가 회사로 들어온다. 교재 판매는 8억원 정도였다. 이중 95%를 가져온다. 오프라인 강의료, 동영상 업체 계약금 등을 포함해 45억원 정도를 벌었다고 보면 된다. 조교들의 인건비와 콘텐트 개발비가 지출의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이천에 세운 기숙사 학원은 아직 수익이 없다.

교재는 어떻게 개발하나
지난해 여러 고등학교 선생님들과 국내 유수의 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분들께 7000만원 가량을 들여 700문제 정도를 받았다. 1문제당 10만원 꼴이다. 이중 일부는 나와 조교들이 난이도를 나누고 재구성하는 형태로 교재에 사용한다. 그러나 문제 일부는 수능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버린다. 이때 느낀 점은 교사들이 교재 연구를 너무 안한다는 것이었다. 답답했다. 교사들은 한 단원에서 깊이 있는 문제를 낸다. 그런데 수능엔 각 단원의 기본 개념이 융합된 문제들이 나온다. 우리는 매주 회의를 통해 조교들이 낸 문제들을 분석해 월 단위로 교재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또 난이도별로 문제를 나눠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강의를 볼 수 있게 했다.

삽자루 강사가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은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었다고 한다. 연 매출 75억원은 ‘삽자루 군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조교 규모는 얼마나 되나
사무실이 총 세 곳이다. 교재를 만드는 관악구 사무실, 사이트를 관리하는 남영동 학원, 동영상 콘텐트를 만드는 이천 기숙사. 삽자루닷컴과 EBS, 비타에듀 사이트 게시판에는 내 강의와 관련된 댓글이 하루 300여개 이상씩 올라온다. 4~5명의 조교는 3~4줄 정도의 댓글을 보고 이 학생의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해 답을 달아줘야 한다. 강의 동영상을 제작하는 현장 조교들, 보충 문제를 선별해 교재를 만드는 학습 조교들을 포함해 총 20여명 정도 된다.

수업할 때 몇 분 단위로 콘티를 짠다던데
맞다. 초창기엔 분 단위로 강의 내용을 짰다. ‘몇 번 문제를 푼 뒤엔 이런 멘트로 지루한 분위기를 전환시켜야겠다’는 것까지 적어놨다. 경력 20년차인 지금은 머리 속에 저장해 둔다. 코미디 프로그램도 놓치지 않고 다 본다. 한창 ‘안습’이라는 말이 유행할 때가 있었다. 주위에 물었더니 ‘안구에 습기가 찼다’는 이야기란다. ‘눈물이 난다’는 말이다. 수업 때 ‘안습이다’라고 말했더니 학생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단지 재미만 줄 수 있지 않나
학생들은 ‘나이가 몇 살인데 안습이라는 말을 쓰냐’라고 말하지만 이 한마디는 세대간의 차이를 좁힐 수 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유머나 드라마 정도는 알고 있어야 졸음방지용으로 멘트를 날릴 수 있다. 내가 개그맨 왕비호 흉내를 내면 학생들은 흥미를 느끼고 집중한다. 물론 위트는 문제 풀이의 한 과정이다. 내 강의를 개콘보다 재밌다고 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다.

계속 승승장구였겠다
2001년 초 교육 동영상 업체 메가스쿨을 차렸다. 정확히 1년 2개월 만에 30억원을 까먹었다. 말 그대로 파산. 왜 안됐을까 생각해보니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A급 강사. 인강은 오프라인과 천지차이다. 오프라인에선 A급 강사 강의가 마감되면 B급 강사의 수업을 듣지만 인강에선 A급 강사의 강의를 무한대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BㆍC급 강사는 설 자리가 없다. 그래서 나와 같이 일하는 후배 강사들이 장학능력을 기를 수 있게 많은 지원을 했다.

팬 서비스는 어떻게 하나
4년 째 8월 15일 광복절이 되면 ‘통계 해방’동영상을 찍는다. 수학에서 통계는 항상 1학기에서 2학기로 넘어갈 때 배운다. 분위기 상 대충 넘기게 되더라. 통계만은 학생들이 마스터할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두루마기와 동그란 안경을 착용하고 머리를 양 옆으로 붙여 김구 선생님 스타일로 변신해 수업을 치렀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 첫째도 둘째도 학생들이 통계에서 해방되는 것입니다. 삽자루 만세! 만세! 만세!”라고 외쳤다. 지난해 겨울엔 수능을 치른 학생들을 모아 가수 소녀시대와 샤이니를 불러 콘서트를 열어주기도 했다.

교육을 사회에 환원할 생각은
어떻게든 환원하는 것이 당연하다.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부(富)만 축적한다는) 욕은 먹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작년 10월 비타에듀와 15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이 돈은 모조리 장학재단에 넣기로 마음 먹었다. 재단설립 절차가 좀 지연되고 있지만 꼭 실현시킬 것이다. 현재 EBS 강사로 1년에 2번(총 80강좌) 출연하는 계약을 맺고 있다. 한 강좌당 받는 비용은 7~16만원 정도다. 그러나 나는 무료로 하겠다고 했다.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도 볼 수 있는 것이 EBS다.

삽자루 강사는 입시전문가는 아니지만 공교육에 대한 취약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교사들은 수업 준비 뿐 아니라 학생들의 인성 교육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사교육 강사보다 교재 연구를 하는데 있어 제약이 많다.

공교육의 취약점은
교사들이 교재 연구를 너무 안한다. 학원은 생존이 걸린 밀림이다. 좋은 품질의 강의를 제공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학원은 철밥통이 아니란 말이다. 아버지, 할머니, 이모, 이모부가 다 교사였기 때문에 일선 학교의 사정을 잘 안다. 경제적으로 윤택하지는 못하지만 노후까지 보장을 받는 것이 교사다. 그래서 경쟁이 없다. 전교조는 왜 교원평가제를 거부하나. 교육 소비자(학생·학부모)에게 공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교사간의 선의의 경쟁은 의무다.

그에 상응하는 보상은
경쟁을 유발시키는 ‘성과에 대한 보상’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정부는 ‘교육 제정이 미약하다’ ‘교사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교사도 사람이다. 교원 평가를 하고 그에 따른 차등 수당지급이 이뤄져야 한다. 교사들은 팔을 걷어부치고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수능 경향을 파악해 문제를 내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귀에 수업이 쏙쏙 들어갈까’ 고민하며 그 기법을 연구할 것이다. 전달 능력을 높이기 위해 사교육 강사들을 벤치마킹 할지도 모른다. 매번 같은 기법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면 교사와 학생 모두 시대에 뒤쳐진다. 세상은 급박히 돌아가고 있는데 말이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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