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추락 참사]희생자 주변 눈물담긴 사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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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암으로 세상을 떠난 부친을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해온 모친을 위해 자매가 위로여행을 준비하더니…. " 대한항공 801편에 탑승했다가 숨진 변여미 (邊女美.28.회사원.경기도의왕시내손동).선미 (善美.20.대학생) 씨 자매는 어머니 조도자 (趙道子.55) 씨와 함께 위로여행길에 올랐다가 한꺼번에 변을 당했다.

邊씨 자매의 아버지가 암선고를 받은 것은 지난 3월. 어머니 趙씨는 "불행한 일은 결코 없다" 고 가족들을 격려하면서 밤낮없이 남편을 뒷바라지했다.

결혼해 경기도의왕시에 살면서 삼성출판사에 다니던 여미씨도 자신이 팀장으로 추진해오던 단행본 발간작업에 매진하면서 틈틈이 아버지의 병구완을 도왔다.

그러나 4월말 남편이 끝내 세상을 등지자 趙씨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 몸져눕고 말았다.

남편 이명우 (李明雨.33.회사원) 씨와 시부모가 "어머니를 위해 위로여행이라도 보내드리라" 고 권한 것이 7월초. 때맞춰 자신이 준비했던 단행본 '머리가 좋은 아이로 키우는 방법' 도 출간됐다.

邊씨 자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어머니를 설득해 남국으로의 여행을 떠났고 결국 아버지와 남편 곁으로 가버린 것이다.

邊씨가 다니던 출판사 동료들은 "단행본이 출판됐을 때 무척 좋아했는데 서점에 나오는 것도 못보고 세상을 떠나버렸다" 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사고로 9년동안 절친한 친구였던 서울대병원 여의사 남혜원 (南惠媛.28.흉부외과) 씨와 유서윤 (27.치료방사선과) 씨가 함께 숨진 것으로 알려지자 서울대병원 동료들은 "끝내 죽음까지 함께 한다" 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南씨등은 지난 4일 함께 휴가원을 내 1주일간의 여정으로 사고비행기에 올랐다가 참변을 당했는데, 이들은 89년 서울대 의대에 진학한 뒤 9년간 단 한번도 떨어진 적이 없는 단짝이었다.

이들은 95년 졸업과 동시에 나란히 서울대병원 인턴으로 뽑힌 뒤 서로를 격려, 그 어렵다는 인턴.레지던트 생활을 우수하게 치르고 있었다.

서울대 의대 사상 첫 여자흉부외과 전문의를 꿈꾸던 南씨는 10년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가정을 이끌어 가는 어머니를 즐겁게 해주던 효녀여서 가족들은 말문을 잊은채 슬픔에 젖어 있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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