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추락참사]왜 제한 고도보다 낮게 비행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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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일 괌 아가냐 공항부근에서 추락한 대한항공 801편의 사고원인 윤곽이 점차 좁혀지고 있다.

8일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 (NTSB) 지상조사반장 조지 블랙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고여객기는 제한고도보다 낮은 고도를 유지했었고 이를 알려주는 계기가 작동, 경보음을 울렸으며, 그런데도 조종사들은 이를 무시한 것같다" 는 블랙박스 1차 해독결과를 밝혔다.

아직까지는 한국말을 모두 해독한게 아니어서 정확하진 않지만 일단은 미국측이 "조종사가 고의 (故意) 로 고도를 낮췄을 가능성" 을 강력히 제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들 분석대로 사고여객기가 정말 고도를 고의로 낮출 가능성이 있는가.

대답 역시 "그럴 수 있다" 다.

당시 괌공항 착륙여건은 글라이드 슬로프가 고장나 정밀계기 접근절차에 따른 착륙을 할 수 없었고, 기상도 열대성 소나기가 쏟아지는등 안좋은 상태였다.

이 경우 관례적으로는 관제사와 조종사가 서로 착륙여부를 논의해 결정하게 되는데 최종결심은 역시 조종사가 하게 된다.

이미 알려진대로 조종사가 "해보겠다 (I can make it)" 고 하면 관제사는 착륙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후조건만 충족되면 착륙을 허가하는게 관례. 이같은 과정을 거쳐 착륙허가를 받은 조종사는 기내에 착륙안내방송을 했고, 랜딩기어를 내리는등 정상적인 착륙절차를 수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조종사는 비행기를 완전히 통제하며 착륙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착륙방향은 맞았는데 고도 (高度)가 5백피트쯤 틀려 비행기를 땅으로 처박은 경우' 로, 이런 사고가 전세계 항공기 사고의 50%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왜 고도가 틀렸을까. 네가지 가능성을 짚을 수 있다.

▶글라이드 슬로프가 고장나 비정밀계기 접근절차로 착륙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조종사가 기상이 나쁘니까 좀 더 잘 보며 내리려고 일부러 고도를 낮췄거나▶거리측정기가 고장이 나 조종사가 활주로와의 거리를 착각해 너무 일찍 하강을 시작했을 경우▶고도계에 정보입력을 처음부터 잘못했을 경우▶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하강하다가 갑작스런 국지적 돌풍등 기류변화를 만났거나 기계.계기결함이 생긴 불가항력적인 경우다.

정확한 원인은 물론 블랙박스를 정밀 점검해봐야 한다.

1차 해독 결과만으로 사고의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다.

사고원인을 분명히 가리기 위해 미국측은 관제기록을 포함한 관련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의혹의 소지가 없는 진상규명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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