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AL기 참사 수습에 만전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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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한항공 B747 점보여객기가 미국령 괌도에 추락하는 대형참사가 일어났다.

승객 2백54명중 28명만 살아남은 끔찍한 사고였다.

철저한 원인규명과 생존 부상자치료및 재발을 막을 기술적.제도적 장치가 치밀하게 강구돼야 하겠다.

우선 실망스런 것은 사고책임회사인 대한항공측의 불성실한 생존자 발표다.

사고 12시간이 지난 시점에서도 대한항공은 생존자가 60명이라고 발표했다.

그 무렵 외무부와 건교부 생존자발표는 30명이었고 괌당국과 미 해군도 32명 정도였다.

중상자 사망에 따른 몇명의 숫자 차이가 아니라 무려 2배에 달하는 근거없는 발표를 해놓고는 뒤늦게 부랴부랴 정정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항공기 사고란 일어나서는 안되겠지만 사고가 났다 하면 위기대처능력이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냐에 따라 항공사의 신뢰와 재발방지능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어떤 사정이 있었다 해도 생존자확인을 제대로 못한 것은 위기관리능력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대한항공기 참사사건은 원인규명부터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고 직후엔 공항 계기유도장치 고장과 악천후를 사고 원인으로 꼽았지만 곧이어 사고원인에서 제외됐다.

사고 항공기가 계기유도권에 진입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도장치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오래전 항공사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태풍권에도 들지 않았고 시계 (視界) 도 정상이었다고 한다.

남는 의문은 기체 내부기관의 결함 또는 조종미숙 등이 된다.

그러나 사고원인에 대한 예단은 금물이다.

블랙박스가 회수됐으니 미국에서 정밀한 분석을 거친다면 밝혀질 일이다.

그 결과가 어떤 형태로 나오든 사고원인에 따른 문제점을 철저히 파헤쳐 재발의 소지를 일소해야 할 것이다.

대체로 항공기 사고는 기상.기체.조종사의 판단과 기술에 따라 일어난다고 본다.

이번 사고가 어디에 해당되는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3요인중 하나만이라도 정상적이었다면 이처럼 큰 참사는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남긴다.

KAL기 참사의 원인규명은 속지 (屬地) 주의 원칙에 따라 미국이 하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정부는 미국과의 공조체제를 통해 보다 엄밀한 원인규명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선례를 보면 원인규명보다 책임전가에 급급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한 경향이 있었다.

바야흐로 항공기시대다.

휴가도 항공편을 이용하고, 사무도 비행기 없이는 불가능한 시대다.

국내에서 가장 전통있는 항공사의 참사사고는 항공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관심사다.

더 이상 사고가 없다는 확신을 주는 확실한 원인규명과 정확한 사후대책이 나와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와 대한항공측은 생존자의 치료와 사망자 보상문제에 각별한 성의와 노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유족으로서는 정말 날벼락같은 참사소식이다.

놀라움과 비탄이 끝없이 클 것이다.

생존자.사망자 가족이 현지확인을 할 수 있도록 여권발급에서 항공편 제공까지 일체의 업무를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생존자는 괌 현지의 미 해군병원과 메모리얼 병원에 수용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응급상황에 따라 신속히 한국으로 후송할 필요가 있는지 정확한 판단과 대처가 요청된다.

괌은 신혼여행에서부터 여름철 휴가 휴양지로 십여만명의 한국인이 찾는 곳이다.

이번 사고기 투입도 휴가철 성수기를 맞아 넘치는 승객을 소화하기 위해 증편한 것이라고 한다.

잦은 비행횟수에 정비.점검은 완벽한지도 철저히 검토할 일이다.

국내 항공사간의 경쟁으로 조종사 수급에 문제는 없는지, 조종사의 기술교육은 철저한지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93년 아시아나항공의 목포공항 추락사고도 조종사의 무리한 착륙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테러사고를 제외한 항공사고로서 가장 높은게 이착륙시의 조종사의 조작 미숙임은 세계적 추세다.

이번 참사도 결과만으로 본다면 착륙시 발생된 것이다.

조종사의 기술확보가 안전항공의 기본임을 유의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의 위기관리능력에 있다.

비록 이역만리에서 발생한 참사라 하지만 대처능력에 따라선 유족의 슬픔을 최소화할 수 있고 항공시대에 걸맞은 항공사로서 심기일전할 수 있는 전기를 만들 수도 있다.

철저한 원인규명 - 면밀한 수습책 -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이 정부와 항공사간의 유기적 대응으로 이뤄지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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