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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신형 에쿠스 타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산차로는 처음으로 1억원대(리무진 제외)에 가격을 설정해 화제를 모았던 초대형 럭셔리 세단 '에쿠스'를 타봤습니다. 이 차는 다음달 11일 신차발표회를 하고 판매에 들어갑니다.

전용차답게 뒷좌석은 잘 만들었습니다. 뒷좌석 프레스티지로만 따지면 99점을 줄 수 있을듯 합니다. 현대차는 경기도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에쿠스와 벤츠S500ㆍS350과 렉서스 LS460와 비교시승 행사를 열고 이들 고급차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한 마디로 기사를 두고 뒷좌석에 타는 전용차답게 뒷좌석은 잘 만들었습니다. 뒷좌석 프레스티지로만 따지면 99점을 줄 수 있을듯 합니다.

현대자동차는 17일 경기도 화성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언론인 80여 명을 초청, 초대형 럭셔리 세단 '에쿠스(Equus)'를 알리는 '미디어 프리뷰' 행사를 개최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형 에쿠스는 기존 에쿠스에 비해 전장이 40mm, 전폭 30mm, 전고 15mm 증가해 국내 최대 크기를 자랑합니다. 전장 * 전폭 * 전고 = 5160 * 1900 * 1495mm입니다. 하지만 크기 비교는 기존 에쿠스와 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참고로 제네시스는 전장 * 전폭 * 전고 = 4975 * 1890 * 1480mm입니다.

기본적으로 에쿠스는 제네시스의 플랫폼(차체 뼈대)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물론 제네시스보다 차체 길이(전장)를 185mm 정도 길게 늘렸습니다. 참고로 같은 플랫폼을 쓸 경우 길이는 늘릴 수 있지만 차폭은 늘릴 수가 없습니다. 강성에서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죠.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도 제네시스 것과 모두 같습니다. 단 4.6L타우엔진은 미국 수출형 제네시스에만 달리는 데 비해 에쿠스에는 이 엔진을 단 차를 내수용으로 팝니다.

3.8L 람다 엔진과 4.6L 타우 엔진은 가속력이나 정숙성에서 경쟁 차종을 뛰어넘지는 못했지만 대등한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단 문제점은 경쟁차에 비해 엔진이 크고 무겁다는 겁니다. 엔진 크기가 크면 연구소와 디자이너가 죽어 납니다. 엔진룸을 설계할 때 그만큼 여유가 없어지는 것이죠.

자동변속기는 독일 ZF제 6단을 사용했습니다. 현대차 계열인 파워텍이 6단 자동변속기를 개발했지만 아무래도 내구성이나 신뢰도에서 문제가 있어 비싸더라도 검증받은 것을 쓴 것이죠. 물론 이 변속기는 제네시스 달린 6단 자동과 같은 것입니다. 이 차를 소비자가 고려할 때 엔진 출력은 그다지 호소력이 없어 보입니다. 최고 마력은 무려 6000RPM이 넘어야 나오니까요. 그것보다는 자주 사용하는 실용 엔진회전수 3000RPM 전후에서 토크를 좀더 끌어 올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렉서스 LS460보다 토크에서 많이 뒤집니다. 그러다 보니 추월 가속력은 아무래도 답답하지요. 벤츠 S클래스는 처음부터 S500을 기본 모델로 만든 차입니다.S350의 출력이 떨어지는 것은 그런 점에서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요.

뒷좌석은 마사지기능도 넣고 타고 내릴 때 자동으로 시트가 작동해 레그룸을 넓혀주는 기능도 달렸습니다. 좌석 높이도 적당하고 전체적인 마무리 수준도 훌륭합니다. 뒷좌석만 봤을 때 엠블렘을 떼고 한판 붙어보면 에쿠스가 최고라는 평가도 상당수 나올듯 하네요.

구형 에쿠스가 각진 디자인에 팔뚝만한 깜빡이를 번쩍거리며 우람하다 못해 압도감을 줬다고 하면 에쿠스는 제네시스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할까요. 렉서스처럼 스포츠카 흉내를 내는 두 개로 뽑은 배기장치가 눈에 띌 뿐 입니다. 7시리즈처럼 트렁크 후면 리드를 도드라지게 올라오게 해서 무언가 위엄을 넣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물론 2001년 7시리즈에 처음 시도한 도드라진 트렁크 리드는 BMW의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의 엉덩이를 닮았다는 혹평 속에 ‘뱅글 부트(엉덩이)’ 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뱅글 부트는 이제 모든 대형차의 기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게 시대를 리드하고 영향을 주는 최고급차가 할 의무가 아닐까 합니다. 옆면 뒷도어 부분에서는 아반떼에서 보이는 물결 디자인이 나타납니다. 이렇게 큰 차를 더 크게 보이려는 시도인 듯 한데 아름다운 선으로 봐주기에는 민망하더군요. 시승 행사에 디자이너분이 오지 않아 아쉽습니다만.

신형 에쿠스에는 최첨단 신기술도 대거 채택됐습니다. 물론 이 기술은 세계 최초가 아니라 2003년부터 해외 고급차에는 모두 쓰인 고가 기술입니다. 국산차 신기술이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합니다. ▲ 차선이탈을 막아주는 차선이탈감지시스템(LDWS) ▲ 핸들 방향과 연동해 후진할 때 예상 경로를 표시해주는 조향연동 주차가이드 시스템(PGS) ▲ 충돌 직전에 시트벨트를 되감아 승객을 보호하는 프리세이프 시트벨트(PSB) 등이죠.

세계 처음 시도한 것은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에서 노란색 중앙선을 읽어내는 기능이라고 합니다. 노란색을 읽어 중앙선을 넘어가면 살살 시트벨트를 잡아 당겨 줍니다. 제 생각에는 조금 더 과격하게 당겨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중앙선을 넘는 것은 핸즈프리 없이 휴대폰을 쓰거나 졸음 운전을 하는 것이니까요.

시동을 걸고 안전벨트를 매면 자동으로 벨트가 한번 슬쩍 당겨집니다 .차선이탈방지 시스템 작동을 확인해주는 기능이라고 하네요. 실내 정숙성은 경쟁 차에 비해 뒤지지 않습니다. 고속 벨드롬 주행에서 시속 140㎞ 정도에 달하면 뒷좌석에서 바람 새는 소리가 살짝 들립니다. 이것 역시 제네시스와 비슷합니다. 단 뒷좌석 타이어 소음은 상당히 향상됐습니다. 소음을 차단하는 흡음재를 보강한 듯 합니다.


센터 펜시아 등 전체적인 계기판 실내 디자인은 제네시스 것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한 마디로 이 차는 뒷좌석에 힘을 준, 사장님용으로 철저하게 개량한 차로 보면 될 듯 하네요.

차체 강성은 제네시스의 유전자를 그대로 이어 받아 핸들링이나 코너링, 직진 성능에서 경쟁차종과 대등한 수준을 보여줍니다. 요즘 현대차는 엔진보다는 차체 기술이 일취월장합니다. 쏘나타를 봐도 그렇고 예전처럼 물렁이는 차체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차체 강성을 높이면서도 경량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두 마리 토끼를 균형있게 잘 잡고 있다고 보입니다.

수치에 나타난 비틀림 강성은 에쿠스가 벤츠와 렉서스를 압도합니다. 다음달 신차 발표회 이후 소비자의 반응이 얼마나 뜨거울지-경쟁 수입차 시장을 빼앗아올지- 궁금해집니다. 아래는 경쟁차와 비교했을 때 에쿠스가 개선해야 할 점을 모아 봤습니다.

참고로 차량 가격은 6000만∼1억2500만원이라고 합니다. 3.8L 람다 엔진에 첨단 옵션을 대부분 채용하면 딱 1억원이 된다고 하네요.

김태진 기자

에쿠스 옥의 티 3선

▶19인치 대형 크로도금 휠은 중국인 전용? 여기저기 번쩍거리는 크롬을 덧댄 에쿠스는 예전 각진 디자인이 줬던 위풍당당은 포기한 듯. 번쩍거리는 크롬으로 눈에 띄게 하는 기법은 요즘 중국에서 유행하는 전유물. 80년대 일본차와 90년대 국산차가 그랬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은 최고급 1억2500만원 짜리 에쿠스에 달린 19인치 크롬 휠. 너무 번쩍여 지나가는 차 운전자의 시야를 가린다. 1억 넘는 차에는 맞지 않는 촌티의 극치. S클래스나 7시리즈, 렉서스 LS에 이런 번쩍이는 크롬 휠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요즘 지체 높으신 분은 고품격을 좋아 하신다. 시급히 개선해야 할 포인트.

▶누굴 닮았나 에쿠스? 제네시스를 풍선처럼 크게 불려 놓은 모습. 어디에서도 디자인 포인트를 얻을 수 없다. 현대차의 도전정신은 여기서 막을 내리나! 뒷모습은 렉서스 LS460을, 헤드라이트는 라세티 프리미어와 벤츠의 합작품이기도 한 듯 한데...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로 힘을 줬다고 하는데 형님만한 아우가 없다는 것일까. 무언가 달라질려고 노력했던 제네시스만한 디자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대차 상품팀에서 자랑하는 원목을 사용한 뒷좌석 전용 테이블 받침대... 원목이 아깝다. 차라리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재질을 쓰지!

-원목을 둘러싸는 마감재로 사용한 플라스틱 재질이 1000만원대 아반떼 수준이다. 센터펜시아의 플라스틱재 마감재 감성품질도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테이블을 꺼내 컴퓨터 작업을 할려고 하면 울화가 치밀듯... 이게 어디 1억2000만원대 차인가. 올해 안에 개서해야 할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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