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 돌출로 다급해진 야당 후보단일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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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변죽만 울리던 야당후보 단일화 협상에 가속도가 붙었다.

5일 있은 국민회의.자민련간의 협상소위원회 (공동위원장 韓光玉.金龍煥) 는 발표문에서 "양당이 서로 흉금을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실질토의했다" 고 밝혔다.

양측은 예산 재선거의 패배에 따른 위기감과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李會昌) 후보의 지지율이 주춤거리는 상황, 조순 (趙淳) 서울시장의 출마론등이 촉매로 작용한 듯했다.

9월 정기국회 이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도 작용했는지 지금까지의 꾸물거렸던 태도를 일신했다.

비공개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국민회의 한광옥 (韓光玉) 위원장은 "내각제를 우리가 받았으니 자민련측이 단일후보를 양보해야 한다" 고 참았던 말을 직설적으로 토해냈다.

자민련 김용환 (金龍煥) 위원장도 기다렸다는 듯이 "일괄타결 방식으론 더이상 협상진전이 안된다.

솔직히 말해 김대중 (金大中) 총재도 후보를 양보할 수 있다는 말씀을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 고 되받았다.

긴장된 분위기였으나 언성은 높아지지 않았다.

단일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협상기구인 만큼 어떻게든 이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협상 마무리 시점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의견교환이 있었다.

국민회의측이 처음엔 8월말까지를 내세우다 양보하듯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인 9월10일까지로 못박자고 주장했다.

자민련 이정무 (李廷武) 총무가 이를 받아쳤다.

"지금 상황은 말하자면 겨우 인도어에서 골프연습을 하는 이회창씨와 필드에서 뛰는 두 총재가 싸움하는 형국이다.

시간이 갈수록 李대표의 허점이 드러날 것이고 두분 총재는 더이상 벗겨질게 없다. 그러니 세 후보가 각축을 벌여 서로 대등한 지지를 받는 상황까지 기다리다 단일화를 해야 완전한 승리를 거둘 것 아니냐" 고 응수했다.

李총무와 이태섭 (李台燮) 부총재는 내친김에 "DJ가 후보는 당연히 당신만 돼야 한다고 하는데, 필요하면 '원칙에 따라 JP로도 단일화가 될수 있다' 는 말씀을 공표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국민회의 박상천 (朴相千) 총무는 쏟아지는 자민련측의 불만을 감싸안듯 "그쪽의 입장을 이해한다.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하니 기분이 좋다" 고 했다.

양측은 또 "趙서울시장이 민주당을 업고 출마할 것같다" 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에 대한 우려와 대책마련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물론 합의문은 나오지 않았고 방향이 드러난 것도 아니었으나 협상 당사자들은 하고 싶었던 거의 모든 얘기를 털어 놓아서인지 개운한 표정들이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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