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대선 돈 덜쓰는 선거 가능할까] 신한국당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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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거는 '돈' 과 '조직' 이다.

특히 선거때면 뒷말이 많고 시끄러운게 돈문제다.

그중에서도 여당쪽 돈이 탈도 많고 말도 많다.

한보.현철 (賢哲) 태풍에 이어 92년 대선자금 시비가 정계를 강타한 이래 정치권은 돈 덜쓰는 선거를 위한 방안도출에 부심하고 있다.

속뜻이야 다를지 몰라도 여야 모두 기본원칙에는 동의하고 있다.

대선자금을 법테두리에서 조달하고, 지출하지 않고서는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온전치 못할 것이라는 자각이 자리한 탓이다.

야당은 여당의 막대한 자금동원을 차단하는 동시에 자신들에게 필요한 자금마련을 위해 여러 궁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국회 정치개혁입법특위에서 구체화할 것이다.

한편 재계는 돈 덜쓰는 선거를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을 환영하면서 기업이 할 수 있는 협력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반응이다.

편집자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대표는 대선후보 당선 직후 "합법적인 비용만으로 올 대선을 치르겠다" 고 약속했다.

그러나 집권여당이 음성적인 기업돈을 받지 않고 대선을 치를 수 있을지는 일반 국민도 아직은 고개를 갸우뚱하는 부분이다.

김중위 (金重緯) 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 "돈 덜쓰는 선거를 위한 여야의 정치개혁 협상이 합리적으로 타결되면 합법적 자금으로도 충분하다" 고 강조한다.

여야의 정치관련법 개정안도 전체적으로 고비용 구조 타파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뭉칫돈을 집어 삼켰던 정당연설회를 고수하는등 아직은 곳곳에 허점이 남아 있다.

결국 여야간 정치개혁 협상결과와 여권핵심의 강력한 실천의지 여부가 기업돈의 고리를 끊을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 합법적 모금 가능액 = 선관위.신한국당에 따르면 여당이 올해 당차원에서 염출할 수 있는 '법대로' 자금은 1천2백억원 안팎. 여당은 대선이 있는 해의 중앙당후원회 모금 상한액 4백50억원중 3백억원을 기부받아 쓸 수 있다.

또 16개 (울산광역시 포함) 시.도지부에서 각각 30억원씩을 거둬 이중 20억원을 시.도지부의 정당.선거비용으로 충당할 수 있다.

3백20억원 규모다.

대선이 있는 해의 국고보조금중 신한국당 몫인 1백89억원도 있다.

모금의 총 상한액이 없는 지정기탁금.당비는 가장 짭짤한 수입이다.

총선을 치른 지난해 신한국당에 건네진 지정기탁금은 3백40억원. 당 재정위원이 주기탁자인 지정기탁금은 올 7월말 현재 2백66억원에 이르렀다.

선거가 있는 해엔 96년수준이 평균. 당비를 합쳐 4백억원 내외가 되지 않겠느냐는게 당 관계자의 추산이다.

물론 이같은 금액전부를 대선비용으로만 쓸 수는 없지만 올해는 정당활동비용등 대부분이 선거비용 성격으로 가용 (可用) 될 수 있을 전망이다.

◇ 예상지출 = 합법적 비용내의 대선을 치르게 하는 결정적 요인은 ▶대규모 옥외집회 폐지▶명함형 소형인쇄물 폐지등. 또 여당이 주장하는 방식대로 시.군.구 최대 3백20회의 연설회든, 야당안대로 옥외집회인 경우든 여야간 세 (勢) 과시 동원이 시작되면 통제가 힘든 '돈싸움' 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행법을 기준으로 선관위가 산출한 이번 대선의 법정선거비용은 5백11억원 규모. 그러나 실제 체감비용은 선거운동기간 (11월26일) 전 수개월전부터 정당단합대회.당원교육 명목등의 각종 행사로 풀려가게 된다.

신한국당은 정당활동 명목으로 지출되는 불법.사전선거운동 비용을 적발할 경우 추후 법정신고비용에 합산시킨다는 원칙만 수용하고 있을 뿐이다.

여당이 흐트러진다면 기업돈을 끌어 쓰게 할 요인은 여전한 것이다.

◇ 전망 = 선관위의 김호열 (金弧烈) 홍보관리관은 "정치개혁입법특위에서 선거비용의 투명성이 보장되는 완벽한 틀을 만드는게 급선무" 라며 "불법자금을 감시하는 여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합법적 비용내 선거는 가능할 것" 이라고 분석했다.

김중위의장은 "우리 당은 92년과는 이미 판이한 행보를 걷고 있다" 며 "처녀출전이라 막대한 홍보비용이 필요한 李대표가 여권프리미엄을 포기한 만큼 새 선거문화 창출이 가능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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