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회사인 샤니,형회사 삼립식품 枯死작전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동생 회사인 샤니가 형 회사인 삼립식품의 고사 (枯死) 작전에 나서 업계에서 화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샤니는 최근 삼립의 대리점등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공략에 나서 이미 서울지역 강남.응암등 10여개 대리점과 산하 거래처가 샤니로 넘어갔다.

이때문에 이들이 팔던 하루 5천여상자의 빵이 샤니제품으로 대체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삼립의 경영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 양산빵 업체인 삼립은 지난 5월 부도이후 법정관리를 신청, 현재 재산보전 처분상태에 놓여있다.

삼립식품 정태면 영업관리부장은 "재산보전 결정으로 채무가 동결된 상태라 당장 회사운영에는 큰 차질이 없는데 샤니가 대리점을 빼앗아가는 바람에 사태가 더 어려워지게 됐다" 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샤니의 유철원부장은 "부도로 궁지에 몰린 삼립이 일부 샤니 대리점들에게까지 장려금을 주고 빵을 무상공급하는가 하면 상품을 덤핑하는등 유통 질서를 어지럽혀 대응에 나선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샤니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현재 은밀하게 매수자를 찾고 있는 삼립이 대기업에 넘어갈 경우 샤니에 큰 위협이 된다고 판단, 미리 삼립의 영업망 무력화에 나서고 있는게 아닌가 해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샤니 간부는 "샤니의 처지에서 삼립이 제3자에 인수되도록 지켜만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라며 조건이 맞으면 샤니가 인수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삼립은 지난 45년 현 명예회장 허창성씨가 상미당으로 시작, 지난 50여년간 국내 양산빵 시장을 이끌어온 선두주자로 현재는 허회장의 장남 영선씨가 운영하고 있다.

샤니는 차남인 영인씨가 지난 72년 삼림식품에서 분가해 설립한 회사로 현재 양산빵과 함께 파리크라상.배스킨라빈스등을 통해 베이커리 빵과 아이스크림도 판매중이다.

삼립은 80년대 초반만 해도 샤니의 두배에 달하는 양산빵 매출액을 자랑했으나 샤니의 공격적인 경영으로 95년에는 샤니에 시장 1위자리를 내주기도 했으며, 과다한 투자와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등으로 지난 5월 부도를 냈다.

고혜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