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전자 사이클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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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전자 사이클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존의 기계식 변속기 대신 전자식으로 기어가 변속되는 자전거가 나타났다. 핸들에 달린 원터치 방식의 버튼을 누르면 기어가 신속하게 변속되는 사이클이다.

뉴욕 타임스(NYT)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열리는 투르드 캘리포니아 대회에 3개 팀이 일본의 시마노가 개발한 전자식 변속 장치(듀라 에이스 Di2 7970)를 장착한 사이클을 타고 출전키로 했다. 이 전자 변속기는 원터치 센서와 미니 컴퓨터, 배터리가 부착된 제품이다. 기존 기계식보다 30%가량 빠르면서도 엉킴 없이 정확하게 변속된다. 또 변속 시 철커덕 소리도 사라졌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변속 레버나 뒤 변속기 등은 최첨단 기계식 변속기와 큰 차이는 없다. 미니 컴퓨터로 제어되는 앞 변속기가 핵심이다. 앞 변속기의 컴퓨터는 앞 기어를 움직여 뒤 기어와 일(一)자로 정렬시킨다. 최적의 운동 에너지 전달을 가능케 한다. 또 기어 변화의 폭이 크거나 서행 중이라도 기어 변속을 빠르고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다만 앞바퀴도 기어 변속을 하려면 버튼을 눌러야 한다.


사이클 선수들은 장갑을 낀 손으로 민감한 센서를 만질 때 생길 수 있는 오류와 배터리 소진에 대해 부담을 가졌지만 현재는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전통주의자들은 반대다. 사이클 역사가인 에이몽 앙리는 “자전거는 인간의 힘만으로 이용되는 기계”라면서 “작은 외부 에너지(배터리)라도 포함된다면 자전거의 철학과 배치된다”고 말했다.

그래도 전자식 변속 장치는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투르드 캘리포니아에 참가하는 컬럼비아 팀의 밥 스테이플턴 대표는 “최고급 사이클엔 3년 이내에 이런 기기가 모두 장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격은 비싸다. 변속기만 4000달러(약 570만원)다. 가장 큰 사이클 회사인 자이언트는 이 변속 시스템이 달린 자전거를 1만4000달러에 내놓을 계획이다.

전자 변속기가 출현했지만 속도나 경사에 따라 자동으로 기어가 바뀌는 완전 자동 변속 시스템은 쉽게 나오지는 않을 전망이다. NYT는 “아무리 뛰어난 기계라도 선수들의 신체적·정신적인 컨디션을 알지 못하며 언제 스프린트를 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인간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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