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녹색성장의 성패, 설득과 소통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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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16일 청와대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기후변화와 고유가 문제를 풀기 위한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과 서머타임제 도입, 백열전구의 발광다이오드(LED) 교체, 지능형 전력망 구축 등 다양한 녹색성장 추진 방안이 제시됐다. 녹색성장 전략은 저이산화탄소·선진형 생활양식의 정착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야심 찬 구상이다.

미증유의 경제위기로 ‘747 공약’과 ‘한반도 대운하 구상’이 빛이 바래거나 물 건너간 상황에서 녹색성장은 이제 이명박 정부가 손에 쥔 사실상 마지막 카드가 됐다. 우리는 절체절명의 국가적 위기 속에 정부가 내놓은 녹색성장 전략이 일단 방향을 잘 잡았고, 추진 계획도 나름대로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친환경 첨단 기술을 앞세운 녹색산업 육성을 경제위기 극복의 돌파구로 삼으려는 선진 각국의 움직임과도 맥을 같이한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구체화하느냐다. 우선 정부는 얼핏 가치가 상충되는 것으로 비치기 쉬운 ‘녹색’과 ‘성장’을 확실하게 연결지을 수 있는 정교한 논리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들어 세계적 유행어가 된 ‘녹색’에다 이명박 표 ‘성장’을 적당히 버무리려다간 한순간의 구호로는 통할지 모르지만 나라의 미래를 담보하는 국가 전략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녹색을 추구하면 확실히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줘야 한다.

정부의 녹색성장 구상은 국민 생활과 기업 활동 방식을 저이산화탄소·친환경 체제로 완전히 변모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국민과 기업의 충분한 공감대 없이는 절대 이뤄질 수 없는 목표다. 서머타임제 도입이나 자전거 이용 활성화,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 등 녹색성장 정책 하나하나가 모두 국민과 기업의 인식 전환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녹색성장 전략의 성공 여부가 전적으로 국민과 기업에 대한 설득과 소통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설득과 소통은 무엇보다 녹색성장이 새로운 규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