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 ‘구조조정+잡 셰어링’ 동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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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준기(57)씨는 다음 달 30년 넘게 일한 직장인 한국수자원공사를 떠난다. 정년을 2년 가까이 앞둔 조기퇴직이다. 처음엔 젊음을 바친 직장에서 밀려난다는 서운함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남는 직원들이 연봉을 갹출해 퇴직자 지원금을 모으고, 회사도 전직을 위한 교육비를 마련해주는 걸 보고 마음을 바꿨다.

그는 요즘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부동산 경매 과정을 듣고 있다. 평생 수력발전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그에게 부동산 법률 용어가 생소하긴 하지만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지씨는 “공기업 직원으로 오랫동안 혜택을 누렸으니 이젠 취업난을 겪는 젊은 후배들에게 일자리를 양보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공기업 경영 합리화’와 ‘일자리 나누기’라는 상반돼 보이는 목표를 동시에 추진키로 했다. 앞으로 3년간 전 직원의 11%를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되, 신입·인턴사원 채용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계속하는 방식이다.

수공은 2011년까지 현재 4249명인 정원을 3774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9명 가운데 1명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다. 줄어드는 475명 중에는 올해 조기퇴직하는 106명이 포함돼 있다. 수공은 이들에게 전 직원이 연봉의 3~10%씩을 갹출해 마련한 56억원을 전직 지원금으로 주기로 했다. 한 사람당 5200여만원꼴이다. 이와 별도로 회사가 1인당 최고 300만원의 교육·훈련비도 지급한다.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새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최대한 돕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청년 구직자를 위한 일자리 만들기·나누기는 계속한다. 수공은 올해 예년 수준인 90명의 신입사원과 전체 정원의 5% 정도인 200여 명의 청년인턴을 뽑을 예정이다. 대신 대졸 신입사원 연봉은 15% 정도 깎는다. 이에 따라 지금도 공공기관 평균(약 2900만원)보다 낮은 대졸 초임(2700만원)은 2300만원 정도로 줄어든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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