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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모기의 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연일 되풀이되는 열대야현상 탓에 수면부족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적이 있다.

시끄럽게 앵앵대며 거의 알몸의 무방비상태로 잠을 청하는 사람들을 사정없이 물어뜯는 모기떼다.

따끔해서 몸의 이곳 저곳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면 맞은 곳만 아플뿐 모기는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 또 다른 공격의 기회를 엿본다.

사람들은 이런 저런 모기약들이 별로 효과가 없다고 불평하지만 모기들이 화학살충제에 놀라운 적응력을 보인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다.

특히 '모기의 천국' 으로 이름난 프랑스의 모기들은 화학살충제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정도다.

모기의 발호가 극심했던 오트 랭지방의 의회가 이들 골칫거리를 퇴치하기 위해 '모기공해규제국 (局)' 이라는 특별부서를 만든 것은 80년대 초였다.

그때 한 주민으로 하여금 모기의 활동이 가장 왕성한 황혼녘에 장딴지를 드러내놓고 15분간 앉아있게 한 결과 40군데나 물어뜯겼다.

그나마 오트 랭은 모기박멸에 성공적인 사례로 꼽힐만 하지만 콜마르 북쪽 마을에서 똑같은 실험을 한 결과 무려 1백70군데나 물리는 신기록을 세웠다.

한데 오트 랭지방의 모기가 특히 극성을 부리는 까닭은 그곳이 모기들에게는 '짝짓기의 천국' 이 될만한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 을 끝낸 암컷 모기가 수정란을 성숙시켜 산란 (産卵)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물의 피가 필요하다니 짝짓기가 잦으면 잦을수록 사람들이 암컷 모기에게 더 많은 공격을 당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암컷 모기는 동물의 몸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감지하는 특수한 기관이 있다는 것이다.

한 곤충학자는 "사람의 피를 빨려고 모여드는 암컷 모기가 '처녀' 가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고도 하니 짝짓기를 못하게 하는 것도 피해를 줄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는지. 최근 미국 밀워키에서 열린 곤충학 세미나에서 한 학자는 모기가 선호하는 유형으로 '활동적이고 몸집이 크며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 을 꼽았다고 한다.

특히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은 몸의 신진대사가 빨라져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내뿜기 때문에 모기가 좋아한다니 요즘 모기들의 공격이 부쩍 심해진 것도 혹 우리의 심리상태와 연관돼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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