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새 인민무력부장, 1995년 ‘6군단 쿠데타’ 주동세력 처형 집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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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73) 인민군 차수가 인민무력부장으로 등장했다. 김 부장은 1995년께 함경도에 주둔한 6군단의 일부 장성이 모의했던 ‘6군단 쿠데타 기도 사건’을 처단한 주역으로, 군내 충성의 상징이다.

이 사건은 당시 외부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가 90년대 후반 들어 탈북자들을 통해 알려졌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지난해 8월 비공개 간담회에서 “(쿠데타 주동 세력을) 강당에 모아놓고 처형할 때 집행을 김영춘이 했고 그 정치적 지도는 장성택(현 노동당 행정 및 수도건설 부장)이 했다”고 밝혔었다.

김 부장은 80년대 당시 김정일 당 비서의 군권 장악을 도우며 측근으로 전면 부상했다. 다수 북한 전문가들은 김 부장을 “후계 세습 문제에 기웃거리기보다는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 하나로 신임을 얻으며 측근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 위원장 충성파”로 보고 있다.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그가 인민무력부장에 배치된 것도 지난해 하반기 와병설에 휩싸였던 김 위원장의 ‘충성 체제 강화’ 의도로 이해하는 게 더 적절치 않겠느냐는 평가다.

더 주목받는 대목은 북한이 지난달 30일 남북 간 기존 정치·군사 합의의 무효화를 선언한 직후 인민무력부장이 교체됐다는 점이다. 전임 김일철 부장은 2000년과 2007년 남북 국방장관회담에 나와 군사 합의문에 서명한 당사자다.

당시 김일철을 접촉했던 군 관계자는 “사석에선 과묵하고 신중한 성격”으로 기억했다. 이 때문에 지난 2000년 제주 땅을 밟으며 ‘남한 맛’을 봤던 인민무력부장을 전격 교체한 것은 김 위원장이 향후 구사할 대남 정책을 가늠할 ‘예고편 인사’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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