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삼칼럼] '측근'보면 '후보'가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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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신문협회와 방송협회가 공동주최한 대통령후보 초청 첫 TV토론회는 분명히 기대에 못미쳤다.

그러나 실망이 큰 데는 기대가 컸던데도 그 원인이 있다.

또 후보자들간의 합동토론이나 한가지 주제만을 놓고 벌이는 집중토론이 아닌 이상은 어떻게 진행하든 토론내용이 피상적이고 변명이나 해명식으로 흐르기 십상인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화끈한 토론을 기대한다면 후보자간 토론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법으로 의무화하지 않는 이상 후보자간 토론을 마련하는게 생각처럼 용이하지는 않을 것이다.

말솜씨나 임기응변력이 뒤떨어지는 후보는 그런 토론자리를 피할 것이다.

지난 92년 대선때 YS측이 바로 그랬지 않은가.

또 대세를 압도적으로 리드하고 있는 쪽은 구태여 위험부담이 많은 맞대결 토론장에는 나서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는 옥외 합동연설회도 사라질 것이고 보면 무엇으로 후보들의 우열을 가릴 것인가.

회견과 똑같은 토론이나 일방통행적 선거팸플릿에나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가장 손쉬운 수단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후보평가에 앞서 그 측근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격언처럼 '측근' 을 보면 '후보' 를 알 수 있다.

아무리 강력한 대통령제라 해도, 또 아무리 능력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 해도 국정 전반을 혼자서 요리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자신의 권력의지를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능력있고 믿을만한 측근의 배치가 불가피할 것이고 그런 면에서 측근을 살펴보면 쉽게 그 후보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정당이 이념이나 정책중심이 아니라 인물중심이고 패거리 정당화돼 있는 현실에서는 측근의 정치적 비중이 더욱 더 클 수밖에 없다.

자, 그러면 이런 관점에서 세 후보의 측근들을 한번 살펴보자. 한마디로 뭐가 뭔지를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뒤죽박죽이다.

이 사람들이 어떻게 한솥밥을 먹을 수 있겠는가 싶다.

어느 진영에서는 벌써부터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정작 더 걱정되는 것은 누가 되건 이런 잡탕식 측근을 거느리고서는 어떻게 국정을 체계있고 합리적으로 운영해낼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 정권이 바로 섞어찌개식 진용을 가지고 출범한 정권이었다.

3당합당으로 정권은 잡았지만 서로 정치적 뿌리가 다르고 인연마저 판이한 사람들이 뒤섞여 꾸려나갔던 국정의 꼴이 어찌 됐는지는 지금도 우리들이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선뜻 점찍어 정치입문 불과 1년반인 정치 신입생을 대선후보로 만들어내는 '꾼' 들의 예민한 후각과 치밀한 조직 솜씨에는 정말 감탄했다.

그러나 이런 후각과 조직솜씨가 그대로 국정운영의 질을 보장하는 것인가.

천만의 말씀일 것이다.

이회창 (李會昌) 후보에게 국민이 기대하는 것이라면 그가 상대적으로 새 인물이어서 정치의 새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을까 하는 점, 그리고 국정을 '법대로' '원칙대로' 운영해주지 않을까 하는 점일 것이다.

김대중 (金大中) 후보에 대해서는 정권교체와 호남의 한 (恨) 의 해소라는 측면, 그리고 그의 상대적인 진보성에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측근들을 두루 살펴보노라면 양쪽 모두 그런 국민의 기대나 일반적 인식과는 전혀 동떨어진 인물들이 수두룩한 형편이다.

후보들은 그저 당선만을 위해, 세 (勢) 강화만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주위에 불러 모았고 '꾼' 들은 오로지 자신의 욕구를 실현하기위해 당선 가능성만을 노려 줄을 선 결과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정권을 잡는다면 요즘 인기있는 TV드라마 '용의 눈물' 에서처럼 논공행상을 놓고 시샘과 갈등이 빚어질 것은 필연이다.

아울러 국정도 방향축을 잃은 채 오락가락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이 다음 정권에 기대를 가질 수 있게 하려면 후보들은 모름지기 측근을 정리해야 한다.

토사구팽 (兎死狗烹) 도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후보들이 그래주지 못한다면 국민들이라도 측근의 면면과 그 움직임을 예의주시해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측근을 보면 후보의 됨됨이가 보이고, 그러면 다음의 국정도 가늠할 수 있다.

유승삼 중앙M&B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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