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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롯데 박지철,방어율 선두 다승 2위 질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그에게는 두개의 별명이 있다.

'할매' 와 '지하철 박' . '할매' 는 예쁘장한 얼굴에다 스물둘의 어린나이답지 않게 노숙한 그의 행동에 빗댄 별명이고 '지하철 박' 은 '엄마의 바다' 라는 주말연속극에 나왔던 캐릭터와 이름이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지하철 박' 은 이곳 저곳을 떠돌다 지하철역 한쪽 귀퉁이에서 신문지를 이불삼아 노숙하는 잡초인생의 상징. 그는 잡초처럼 컸다.

그러나 이제는 어엿한 톱 클라스의 투수로 성장했다.

방어율 1위 (1.88)에 9승으로 다승 2위. 팀이 최하위라서 그에게 거는 희망은 더 크고 간절하다.

박지철 (롯데) 이 프로야구에 또하나의 훈련생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94년 동래고 졸업후 연봉 6백만원을 받고 훈련생이 된 박은 3년동안 이를 악물며 자신의 '잡초인생' 을 가꿔왔다.

그리고는 당당히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대열에 서게 됐다.

박은 동래고 2년때 아버지를 잃어 야채행상을 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컸다.

남들처럼 대학 진학을 꿈꿀 형편도 못됐다.

그렇다고 뚜렷한 성적이 있어 프로에 계약금을 요구할 처지도 아니었다.

그에게는 180㎝.69㎏의 깡마른 체격과 남들보다 긴 팔, 그리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오기만 있었을 뿐이다.

94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그해 5승4패를 올렸고 구단은 1천1백만원의 보너스를 줬다.

늦은 계약금인 셈.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연봉은 1천1백만원 (95년)~2천2백만원 (96년)~3천90만원 (97년) 으로 착실히 올랐다.

올해 출발은 롱 릴리프. 그러나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선발로 자리잡았고 당당히 에이스가 됐다.

그의 최고구속은 고작 1백43㎞ 정도. 그러나 그 속에는 그의 한서린 오기와 눈물이 담겨 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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