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생각합니다]음주측정 거부자 처벌 완화보다 강화 바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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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최근 법원에서 음주측정 거부자를 형사처벌에서 즉결 대상으로 전환하는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하려 한다는 보도를 접했다.

음주측정 거부자에 대한 처벌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도록 강요해선 안된다는 소위 자기부죄 (自己負罪) 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므로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구류 며칠 정도에 처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음주운전자에 대해 음주측정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 자기부죄 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법리가 발달한 미국에서의 판례고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의 견해이기도 하다.

만약 법원의 의견대로 음주측정 거부자를 즉결대상으로 한다면 현실적으로도 많은 문제가 생긴다.

우선 음주측정에 응한 사람은 상당한 벌금과 면허정지.취소등의 처분을 받고 경우에 따라 구속될 위험까지 안게 된다.

반면 측정을 거부한 사람은 즉결심판을 받는 것으로 그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어느 누가 자발적으로 음주측정에 응하겠는가.

또 자발적으로 측정에 응한 사람이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정의 관념에 맞는 것인가.

경찰에서는 종전의 일제단속을 지양하고 단속예고제, 연중.매일 단속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음주운전 사범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보다 처벌을 강화해야 할 마당에 법원에서 측정 거부자에 대해 오히려 처벌을 완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다.

유혁〈서울지방검찰청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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