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 自救계획 거부 …채권단, 김선홍 회장 先퇴진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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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아그룹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은 기아측이 제시한 자구계획이 실현성 없다고 일단 거부했다.

김선홍 (金善弘) 기아회장은 30일 열린 채권금융기관 대표자회의에 나와 채권단의 요구와 달리 "아시아자동차를 분할 매각할 수 없다" 고 말하고 본인의 진퇴문제에 대해서도 "경영정상화가 안되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하겠다" 고 말해 당장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류시열 (柳時烈) 제일은행장등 채권은행단은 金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무조건적인 퇴진각서 제출을 요구했다.

양측이 맞선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는 2시간만에 산회를 결정, 8월1일 오후3시 다시 속개키로 했다.

30개 은행, 29개 종금사등 총 92개 금융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첫 대표자회의는 채권금융기관들의 지원문제 논의에 앞서 기아측의 자구노력문제로 결론을 내지 못한채 무산된 것이다.

金회장은 이날 아시아자동차 매각문제에 대해 "아시아자동차의 보유 부동산을 모두 처분해 빚을 갚겠다" 면서 "그러나 아시아자동차를 떼내면 기아자동차의 존립기반이 약해지므로 기아자동차와 합병해 정상화하겠다" 고 밝혔다.

그는 또 연말까지 일반직원 8천8백명의 감원을 실시하고, 부장이하의 봉급을 50%씩 반납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문제에 대해선 "기아노조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상태" 라며 "채권단이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면 어렵다" 고 말했다.

<관계기사 3, 25, 26면> 그러나 채권은행장들은 기아측의 자구노력 계획에 강력히 의문을 제기하면서 감원계획등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한편 기아그룹은 이날 기존의 28개 계열사중 23개를 정리하고 5개사만 남겨 자동차 전문그룹으로 재기하겠다는 자구계획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계열사중 남는 5개사는 ▶기아자동차▶기아자판▶기아정기▶기아전자▶기아정보시스템등 자동차 주력 3개사와 보조 2개사다.

기아는 이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의 28개 계열사 전체 부채 12조원을 5개사 기준 6조8천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여 부채비율을 5백17%에서 1백69%로 낮출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당초 채권금융기관들은 이날 회의를 거쳐 기아자동차등 6개사에 총 1천8백81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박영수.송상훈.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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