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몰이해 인식부족이 '비행청소년'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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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학교폭력.청소년들의 음란물제작 등의 소식을 접하는 기성세대는 너나할 것 없이 "요즈음 청소년들은 병들었다" 라고 말한다.

비록 비행 (非行) 청소년 취급을 하진 않더라도 스타를 쫓는 오빠부대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른들의 이해와 상담이 절실한 청소년들이 부모와 대화를 나누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버리면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이같은 행태를 이해하고 어느 선까지는 인정해 주려는 어른들의 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성문제 청소년기에 가장 호기심 많은 분야중의 하나가 성문제다.

특히 요즈음은 세계화.개방화의 물결을 타고 점점 더 자극적인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어 선택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시대적 흐름을 아직도 어른들만의 전유물로 착각하는 것. 성의학자인 설현욱 (薛玄旭.정신과) 박사는 "실제로 중학교 3학년을 마칠 때까지 남학생은 95%이상, 여학생은 3분의 1이 자위행위를 하고 있다" 고 밝힌다.

따라서 현실성 없는 막연한 성교육 보다는 성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가르쳐 줘야 우리 아이들이 병적인 상태로 빠져들지 않는다.

학교에서 전형적인 모범생이던 K군 (15) .3개월전부터 갑자기 말을 하지 않은 무언증 (無言症)에 걸려 당황한 부모손에 이끌려 병원을 방문했다.

부모앞에서 단 한마디도 안하던 K군이 의사와 단 둘만의 면담시간에 밝힌 묵비의 이유는 자위행위에 대한 죄의식. "선생님도 너만한 시절에 그런 일을 경험했었다" 고 설명하고 "지나치게 탐닉하는 것은 나쁘지만 현재의 행동이 성장과정에서 누구나 경험하는 일" 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나서 K군의 말문이 다시 트였다.

K군 담당의사는 "부모의 이해와 충분한 대화가 있었으면 무언증에 걸리지 않을 수 있었다" 고 설명한다.

◇ 오빠부대 "오빠, 사랑해요~" 스포츠.연예계 스타가 나타나면 어김없이 따라다니는 소녀군단 '오빠부대' .이들의 대단한 위세는 수많은 경찰의 경호 (?

) 를 필요로 함은 물론 때때로 부상자와 사망자를 낳기도 한다.

기성세대의 걱정과는 상관없이 확산일로에 있는 오빠부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삼성의료원 정신과 김승태 (金承泰) 과장은 "이는 사춘기 소녀들이 이상화된 이성에 대한 억압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허용된 범주에서 승화시키는 행태" 라며 "지나친 집착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거나 감각 소실등의 정신병리적 증상이 없는 한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라고 분석한다.

서울대 병원 정신과 홍강의 (洪剛義) 교수는 "사회적 억압이 심한 사춘기 소녀들이 성적 호기심의 대상을 추상적이거나 환상속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상대로 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그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며 "이것은 병적인 반응이 아니다" 라고 설명한다.

그러면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감성적이고 공격적인 이들의 넘쳐나는 에너지를 건전하게 발산할 탈출구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이들의 억눌린 상황을 발산할 다양한 창구가 없다.

이들이 자신들의 욕구를 건전하게 발산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이해와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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