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부부 경제적자립 가능하다면 자녀와 별거 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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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대가족이 해체되고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된 결과 노인부부나 독신 노인만 사는 노인가구가 급증하는 것이 현재의 추세. 이같은 현상에 대해 서울대의대 정신과 조맹제 (趙孟濟.노인 정신의학) 교수는 "노인부부는 누구나 자녀들과 함께 살고 싶어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실제로는 경제적 자립만 가능하다면 노부모 자신들이 자녀와 따로 살고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고 설명한다.

실제로 옷차림.언행등 일상생활에서 자녀들에게 체면차리느라 신경이 많이 쓰이는 데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성 (性) 생활등 노인들의 개인생활이 쉽지 않은 탓이라는 것. 결국 중요한 것은 같이 사느냐 여부가 아니라 노부부에 대한 '관심' 과 '대화' .같이 살면서 소원하게 지내는 것 보다는 전화를 자주하거나 주말에 만나 다정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훨씬 더 실질적이 효도라는 얘기다.

그러나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는 홀로 된 할아버지. 고부간의 갈등이라는 문제보다 실질적 측면에서 보면 할머니는 가사생활도 익숙하고 손자.손녀 양육에도 도움이 돼 갑자기 자녀들과 살게 되는 경우에도 며느리.손주들과 가족 구성원으로 잘 어울린다.

반면 할아버지들은 수발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변화된 환경에서 적응하는 능력도 할머니보다 떨어진다.

趙교수는 " '할아버지 = 집안의 최고 어른' 이라는 고식적 권위만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 며 해결책으로 "경제적 자립이 관건" 이라고 지적한다.

외국의 은퇴촌처럼 노인들을 위한 생활기반 마련을 사회적 제도로서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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