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나라 캠프 어린이들 연극꾸미며 자기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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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시원한 숲 그늘 아래 옹기종기 머리를 맞댄 아이들은 동화 '숨쉬는 항아리' 를 연극으로 만드느라 분주했다.

'김치 항아리' 역을 맡은 이주원 (11.서울 동구로초등4) 군은 지난달 읽은 이 동화를 연극으로 꾸미는 것이 즐겁기만 했다.

혼자서 책을 읽던 때와 달리 여러 친구들과 독후감을 이야기하고 '내가 김치 항아리' 라고 가정하고 하고 싶은 말들을 대사로 썼다.

다소 선선해진 저녁 어스름에 서울 등 수도권 도시지역에서 온 64명의 어린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읽은 동화를 연극으로 각색해 공연했다.

친구들이 쓴 대사를 듣고 박수를 치며 웃다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경기도가평군 양지말농원에서 지난 24일부터 2박3일 동안 열린 '여름 숲속 동화나라' 캠프. '자연사랑 생명사랑' 을 주제로 한 캠프에는 자연을 주제로 한 동화를 연극으로 각색하면서 아이들이 생명 사랑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도록 한 다양한 순서들이 마련됐다.

올해로 세번째 동화나라 캠프에 참여한 주원군은 "혼자서 책을 읽는 것보다 여러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고 직접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다" 고 말했다.

원래 독서를 좋아하는 주원군이지만 캠프에 참여한 이후로는 책 읽는 것이 더욱 즐거워졌다.

지난해 캠프에서 사귄 친구들과 연락을 계속하면서 재미있는 책들을 돌려 읽기도 했다.

둘째날 '숲속 생물 관찰하기' , '사물과 친구하기' 에 나선 어린이들은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던 여러 가지 자연생물들을 직접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영어학원에, 컴퓨터학원에 시달리던 아이들은 숲속에서 만난 귀뚜라미.풍뎅이 등 곤충과 이끼.나뭇가지 등 식물과 대화를 나누며 영원한 친구가 될 것을 약속했다.

하루 종일 무더위 속에서 숲속을 헤치며 다니느라 피곤했지만 밤이 깊어 '밤 하늘 별자리 찾기' 순서가 되자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더욱 빛내며 지도교사가 들려주는 북두칠성의 유래에 귀 기울였다.

도시 밤 하늘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밝은 별들이 하늘을 수놓자 "와, 예쁘다" 고 탄성을 질렀다.

아이들은 도시 바깥에 이처럼 아름다운 별들의 세상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지도교사의 말에 따라 북두칠성.카시오페이아.백조자리 등을 찾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동화 '밤길' 의 작가 조대인씨와 함께 한 '작가와의 대화' 에서는 동화 속에 등장하는 농촌 어린이들의 생활을 도시 어린이들의 생활과 비교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평소에 가졌던 동화작가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했다.

캠프를 준비한 어린이 도서연구회 김중철 (金重喆.42) 이사는 "책이란 단순히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가슴으로 느끼고 기억하는 지가 중요하다" 며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고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진정한 독서 방법을 익힐 수 있다" 라고 말했다.

金이사는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 문제 해결 방안으로 부모가 항상 곁에 있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권의 책이라도 함께 고르고 읽어 보는 것이 아이들의 정서 안정에 훨씬 도움 될 것" 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출판되는 국내.외 동화에 대해 토론하고 우량도서를 선정.보급하는데 힘써온 어린이도서연구회는 매년 여름캠프와 독서여행 행사를 갖고 있다.

올 겨울에는 유명 동화작가를 찾아 떠나는 '겨울 독서여행' 을 열 계획이다.

문의 02 - 3672 - 4447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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