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마술'같은 과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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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768년의 어느 날 프랑스의 한 농촌에서는 괴이한 일이 벌어졌다.

하늘에서 갑자기 거대한 돌덩어리가 무서운 속도로 떨어져 농부가 일하고 있던 밭에 깊숙이 박힌 것이다.

귀신이나 도깨비의 장난이라고 세상이 온통 시끄러워지자 프랑스 과학아카데미는 곧 이 사실을 보고서로 만들어 당시 '위대한 과학자' 로 불리던 라브와지에에게 검토를 의뢰했다.

후에 '근대과학의 창시자' 라고까지 불린 그는 이 보고서를 훑어보고 일소에 붙였다.

하늘에서 거대한 돌이 떨어지는 일이란 결코 있을 수 없으며, 이것은 목격자의 착각이거나 거짓일게라는 단정을 내린 것이다.

과학자들에 의해 그것이 운석 (隕石 = 별똥) 임이 밝혀진 것은 그로부터 1백년 후의 일이었다.

당대에는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었던 '초자연적' 현상이 후에 과학적으로 입증된 예는 이밖에도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신비적 현상들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견해를 갖는 사람들이 많다.

가령 미확인 비행물체 (UFO) 의 열렬한 신봉자들은 그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그 존재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리라 철석같이 믿고 있다.

과학자들중에서도 그런 '있을 수 없는 일들' 이 과학자들 자신의 경험법칙에 의해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예컨대 유리 겔라라는 이스라엘의 심령술사가 쇠붙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구부러뜨려 세상을 놀라게 했는데 과학자는 아무리 해봐도 되지 않으니 검토할 가치조차 없다고 단정짓는 것은 과학자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피라미드를 비롯한 소위 '세계 7대불가사의' 에 대해서도 그 비밀을 캐기 위한 과학자의 노력은 미흡했다.

"예수 부활의 비밀이 그 속에 들어 있다" 는 이야기는 그저 전설일 따름으로 치부하지만 "과학자는 독단에 치우치기 쉬우니 자신의 기본적 전제에까지 의문의 눈길을 돌려야 한다" 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봄직 하다.

최근 열린 '신과학 기술개발을 위한 정책토론회' 는 이를테면 '마술같은 과학' 의 제도권 진입을 위한 시도라 볼만하다.

이제까지 과학이 미신이나 괴이한 이야기라 매도된 적이 없었다면 이젠 미신이나 괴이한 이야기로 간주돼온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도 과학자들의 새로운 역할이 될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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