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총련은 이제 막을 내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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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불법단체로 규정된 한총련이 2명의 학생대표를 쿠바의 세계청년학생축전에 보냈다.

굶어죽게 됐다고 국제사회에 손을 벌리고 있는 북한이 전세기까지 동원해 5백명의 학생대표를 이 대회에 파견했다.

원래 세계청년학생축전이란 사회주의국가 청년학생들이 모여 사상적 연대를 공고히 하는 모임이었다.

89년 북한이 88서울올림픽에 대응해 평양에 이 모임을 유치해 대대적 '평축' 행사를 벌였다.

여기서 북한은 민족문제를 부각시켜 범민족대회와 범청학련 통일축전을 결성해 우리쪽 대학생들의 참여를 고무, 격려했다.

그래서 대학생들은 해마다 이 행사 개최여부를 두고 경찰과 맞서는 유혈극을 벌여야 했다.

한총련의 친북적 노선은 평축이래 더욱 노골화됐고 그들의 운동양식도 도시게릴라를 방불케 했다.

최근 40여 대학이 한총련 탈퇴를 선언하고 개혁을 주장하는 이유다.

더 이상 친북적 게릴라식 학원투쟁을 해서는 안되겠다는 각성이고 각오다.

연세대 사태와 한양대 고문치사사건후 명백해진 반성이다.

그런데도 이 와중에 2명의 대표를 또 보낸 것이다.

세불리하면 움츠리고 세유리하면 고개드는게 지금껏 한총련의 활동양식이었다.

축전대표 파견을 많은 대학생들이 반대했지만 보낼 것은 보낸다는게 한총련이다.

지금은 비판이높아 활동이 수그러진듯 하지만 또 언제 고개를 들어 도시게릴라로 둔갑할지 모른다.

불법단체인 한총련을 개혁해 새로운 무엇으로 만들어보자는 노력 자체가 도로 (徒勞) 로 끝나기 쉽다.

이 보다는 대학마다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게 더 효과적이다.

대학마다 연대해 자금을 비축하고 힘을 기를 이유가 없다.

자신이 속한 동아리에서, 자신의 대학내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봉사활동을 통해 현실참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학생운동의 길이다.

구시대의 잘못된 유물에 집착해 개혁하려 들기 보다는 한총련 시대를 완전히 막 내리는게 학생운동의 근본적 개혁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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