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중고생 수업부담 줄여 교육정상화 실마리 찾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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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의 교육문제는 더 이상 해결을 미룰 수 없는 국가의 최우선 과제임에 틀림없다.

사교육비 부담이 국가 전체로 연간 20조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과외비를 조달하기 위해 뇌물의 유혹에 빠지거나 집을 줄이는가 하면 학부모가 파출부로 나서는 경우도 적지않은게 현실이다.

사교육비 부담은 나라 전체로는 저축률을 떨어뜨려 자금공급을 축소시킨다.

사교육비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세금추징이 불가능해 국가의 재정수입도 줄어든다.

그런가 하면 일부 고액 과외강사들의 과소비는 일반인들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킨다.

이처럼 과도한 사교육 열기의 가장 큰 원인은 학벌위주의 사회풍조와 그에 따른 대학입시경쟁이라고 생각한다.

일류대학의 간판은 취직부터 결혼.보직.승진, 늙어서는 자녀혼담때까지 만병통치약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들 투자를 마다하겠는가.

가치관이 다양화돼 학벌보다 능력위주로 평가하고 어떤 분야든지 열심히만 하면 돈을 많이 벌거나 전문가로 존경받는 사회가 되면 학벌중시 경향은 많이 완화될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한두해 사이에 생긴 것이 아닌 만큼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당면과제로서 대학입시제도와 학교교육제도 개선은 노력만 하면 많은 부분이 해결 가능하다고 본다.

우선 대학입시는 대학에 전적으로 맡기되 각 대학은 시험과목을 전공과 직결된 과목으로 대폭 축소해야 할 것이다.

법대 지망생이 물리.화학.음악.예술 등의 과목을 시험봐야 할 이유가 없고, 음대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굳이 수학.물리등에 대한 능력을 선보여야 할 이유도 없다.

중.고교의 교과 과목수도 줄이고 내용도 바꿔야 한다.

우리 중.고교생들의 이수과목은 외국에 비해 너무 많다.

또한 수업내용은 잡다한 지식을 집어넣기에 치중하고 국민생활에 필요한 건전한 개념이나 사고방식을 가르치는데는 소홀하다.

다음으로 평준화로 획일화된 고등학교 교육을 학생들의 능력에 맞게 다양화해야 한다.

일류대학 지망학생부터 대학진학을 아예 포기한 학생까지 한반에 모아놓고서야 어떻게 효과적인 가르침이 가능하겠는가.

학교교육의 이러한 문제점은 공교육이 외면당하고 불신받는 대신 학교 밖에서의 사교육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과학고등 특성화고교도 많이 설립할 필요가 있다.

재원이 문제라면 수업료를 올려서라도 수요에 부응해야 한다.

차제에 국민들도 엄청난 사교육비는 부담하면서 공교육의 질향상을 위한 수업료 인상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산적한 교육문제를 단기간 안에 해결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중.고교생들의 과도한 공부부담을 줄이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교육비 절감책 강구 등을 위해 모두가 지혜를 짜낸다면 어렵게만 느껴지는 교육문제도 얼마든지 극복 가능할 것이다.

최종찬 조달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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