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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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184회 임시국회는 부실로 시작해 파행으로 끝났다.

국회는 폐회일인 30일 정치개혁특위 구성에서의 여야 비율을 둘러싼 논란으로 몇차례 정회를 거듭하며 진통을 겪었다.

지난 1일부터 열린 임시국회는 초반부터 경선을 앞둔 신한국당의 복잡한 당내 사정과 맞물려 뒤뚱거렸다.

여당의 대표연설은 임명된지 하루밖에 안된 이만섭 (李萬燮) 대표서리가 했다.

또 상임위 일정도 여당의원들이 당내 경선행사 때문에 대부분 자리를 비워 시들하게 진행됐다.

그 사이에도 국회에서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굵직한 사건들은 연이어 터져나왔지만 하는둥 마는둥 수박겉핥기식으로 지나쳤다.

7월중순엔 재계 순위 8번째인 기아그룹이 무너졌고 휴전선에선 북한군과 아군의 교전사태까지 빚어졌다.

대형 국책사업들의 부실이 여기저기 불거져나왔고 청소년들의 타락한 성 (性) 문화의 충격적 실상도 드러났으나 여야를 가릴것 없이 모두들 '마음이 콩밭 (大選)' 에 가 있어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30일 여야는 정치개혁특위 문제로 격돌했다.

여야는 처음엔 배수진을 쳤다.

박희태 (朴熺太) 총무는 이날 오전 "민생법안은 무조건 오늘중 통과시키고 특위구성도 협상이 안되면 특위 대신 내무위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고 경고했다.

국민회의 박상천 (朴相千).자민련 이정무 (李廷武) 총무는 "여당이 단독통과를 시도하면 막는다" 며 저항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3당 총무들은 오후1시 김수한 (金守漢)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특위 구성은 여야 공동발의로 30일중 처리하고 여야 구성비율은 오는 8월7일까지 합의한다" 는데 의견을 일치했다.

여당은 노동법의 악몽이 사라지지 않은 터여서 단독통과를 강행할 수 없는 형편이었고 야당 역시 민생법안 처리를 막을 경우 쏟아질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듯했다.

…여야의 협상분위기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의원총회에서 강력한 반대로 뒤집혔다.

이때부터 두 야당은 "협상이 결렬되면 8월초 임시국회를 다시 열면 된다" 고 초강경으로 돌아섰다.

두 야당의 이같은 움직임은 8월초에 다시 임시국회를 열어 신한국당 이회창 (李會昌) 대표에 대한 공격의 맥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지난 23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열렸던 대정부 질문은 '이회창신한국당대표의 두 아들 병역 청문회'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경제분야때만 제외하고 정치와 통일.외교안보, 사회.문화분야에서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이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여당은 비호에 급급했다.

여야는 29일 당초 하기로 돼 있던 55개의 안건은 처리하지 않은채 5분발언과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생산성없는 공방만 되풀이했다.

이번엔 신한국당에서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총재의 병역의혹을 거론하는등 서로 '갈데까지 간' 모습만 보여줬다.

김종혁.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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